코오롱 구미공장 해고노동자 30여명이 27일 오전 서울 성북동 이웅렬 코오롱 회장 집에 들어가 면담을 요구하다 경찰에 연행돼 나오고 있다. 최일배 노조위원장은 이날 경찰에 연행되기 전 자해를 해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 “봐주기 수사” 반발…회장집 담 넘어 새벽 농성…위원장, 연행중 자해 시도
구시대적 노조 탄압 논란을 빚어온 코오롱의 노사 대립이 노조원들의 사주 자택 점거와 자해 등 극단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노조 쪽은 ‘노조 선거 개입’ 등 회사 쪽의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됐는데도 검찰이 ‘봐주기 수사’로 일관한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코오롱 노조 최일배 위원장과 노조원 등 10여명은 27일 새벽 5시15분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집 담을 넘어 들어가 유례없는 사주 자택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이 회장 집에서 한 시간여 동안 노조탄압 중단 및 해고노동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6시20분께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또 이 회장 집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노조원 25명도 경찰에 연행돼 함께 조사를 받고 있다. 연행 과정에서 최 위원장은 갖고 있던 면도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는 등 자해를 시도했으나 곧바로 안암동 고려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쪽은 지난 7월 당시 정리해고된 처지에 있던 최 위원장이 노조 선거에서 뽑힌 뒤부터 노조를 인정하지 않아왔다. 또 최 위원장 앞으로 “위원장을 사칭하지 말라”는 공문까지 보내며 노조와 극단적인 대립과 충돌을 반복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회사 간부가 노조원들을 사쪽에 대한 태도에 따라 화이트(우호), 그레이(중도), 블랙(반대) 등 3종류로 분류·관리하며, 재선거를 통해 현 노조 집행부 와해 공작을 폈음을 드러내는 회사 쪽 문건과 회사 관리자들 사이에 주고 받은 이메일이 노조 쪽에 의해 폭로되기도 했다. 문건과 이메일 내용에는 노조원 동향 파악은 물론, “‘조직에 협조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인식을 부여하라”는 등 노조원을 상대로 한 일상적인 회유·협박이 담겨 있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구노동청은 지난 1월 부당노동행위 등 코오롱의 노무 관리 실태 전반에 대한 ‘노동관계법 위반 특별조사’를 벌여 노조 선거 개입 등 회사 관계자들의 부당노동행위를 확인했고, 지난 2월10일 구속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노조 쪽은 “검찰이 회사 쪽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반면, 회사 쪽의 부당노동행위에 맞선 노조 쪽 인사들을 구속하는 등 일방적인 회사 편들기를 하고 있다”며 항의해왔다. 전기철 노조부위원장 등 3명은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난 6일부터 구미 공단동 회사 안 40여미터 높이의 송전용 철탑 중간지점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혜정 전종휘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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