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회사의 지휘감독 받아”
통신판매 보험모집인(보험 텔레마케터)을 노동자로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상준)는 통신판매 보험모집인으로 일하다 숨진 이아무개씨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통신판매 보험모집인은 노동자로 인정되지만 사망과 업무 사이 연관성이 낮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업무상 재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보험 텔레마케터를 노동자로 인정한 첫 하급심 판결이다. 일반적인 보험모집인(보험설계사)에 대해 대법원은 2000년 “회사의 지배, 관리를 받는 종속관계에 있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는 출퇴근 시간 등 업무시간·장소가 회사에 구속돼 있었고 계약체결 성과에 따라 수당이 계산됐다”며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법률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이엠에프 금융기구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폭증했다”며 “사회보장법 영역에서 보호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수혜자의 범위를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모든 통신판매 보험모집인들이 4대 보험 혜택을 누리게 된다”며 “그러나 확정판결 전까지는 사업주들에게서 보험료를 징수하는 등 당장의 조처를 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영노 민주노총 비정규센터 소장은 “대법원에서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잇달아 내린 가운데 환영할 만한 판단”이라며 “보험뿐 아니라 상품 판매 텔레마케터가 급증하고 있고 이들에 대해 인원 등 실태파악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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