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등 관계기관도 수수방관, 비난 자초
한국 철강산업의 메카로 국가기간산업인 포스코 본사가 일용직 건설노조원들에게 점령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달 30일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 파업 이후 공사에 차질을 빚어온 포스코가 제철소내 30여개 공사현장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기간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출입문을 통제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를 고소하는 등 강수를 두다 맥없이 당한 셈이다.
노조원들은 13일 오후 포항시 남구 포스코 본사 1-3층을 점거한 데 이어 14일 오전에는 직원들의 출근을 막고 11층 전층을 장악했으며 출입문과 현관 등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경찰의 공원력 투입에 대비해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무장한 채 장기전 태세에 들어간 상황이다.
특히 포스코 스스로가 노조와 협상대상이 아닌 제 3자라는 인식을 갖고, 협상은 사용자측인 전문건설협회에 맡겨둔 채 안이하게 대처하다 본사 점거라는 최악의 사태를 몰고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노조의 입장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건설노동자를 간접적으로 고용한 발주사인 포스코에 있다"고 주장해 시각이 상반된다.
즉 포스코의 한해 4조원에 이르는 순이익 대부분을 6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자본에 분배하면서 국내는 저임금과 노조탄압 정책으로 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말한다.
이지경 노조위원장은 "사용자와 포스코, 포스코개발을 비롯 포항시청 등 관계기관이 모두 파업노동자들을 불법.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노조를 고소.고발하는 등 탄압하고 있어 결국 포스코 본사 점거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며 "직접 책임이 있는 포스코가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면 사용자측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의 장기파업으로 파이넥스 공장 등 포스코내 30여개 기계.전기설비 사업장 조업 중단으로 하루 100억원 가량의 조업 피해액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본사 업무중단으로 하루 2만5천여t에 이르는 제품출고도 차질을 빚을 경우 하루 130억원 가량의 추가 손실도 발생하게 된다.
결국은 협상당사자가 아닌 제 3자 입장이지만 발주사로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포스코의 안이한 대처가 건설노조의 본사 불법점거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포스코 외에도 포항시와 경찰, 노동기관 등 관계기관들도 이번 파업사태에 방관자적인 자세를 보이다 포스코 본사 점거라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포항시는 노조 파업이후 수차례에 걸쳐 포항지방노동청 등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시장이 직접 노조간부들을 만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성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며 사용자측인 전문건설협회도 "노조의 요구안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협상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경찰도 한미FTA 협정 반대집회에 경찰력이 차출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노조의 출입문 차량과 인원 통제 등 불법행위를 방관하다 포스코 본사가 점거되자 뒤늦게 공권력 투입 등 대응에 나서 포항시민들로부터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시민불편을 초래하고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노조의 파업도 문제지만 포항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중재력 부족도 문제"라고 비난했다.
임상현 기자 shlim@yna.co.kr (포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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