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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산업연수생 강제적금 수십억 은행에 묶여

등록 2006-10-11 19:44

“도주·이탈 막는다” 강제 적립
불법체류·출국으로 미지급
관리감독기관선 실태조차 몰라
인권단체 “정부가 나서 돌려줘야”
‘피같은 돈’이 임자없는 돈?

1994년 시작된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가 올해로 막을 내리는 가운데, 그동안 사업장을 이탈한 산업연수생들이 직장에서 적립했던 적금과 급여 등 수십억원이 ‘임자 없는 돈’으로 남아 있어 처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협중앙회를 통해 지난해 2월 한국에 온 중국인 자오샤오구이(38)는 제주도의 한 업체에서 선원 연수생으로 일하는 동안 한달 급여 75만원 가운데 30만원씩이 꼬박꼬박 적금으로 빠져나갔다. 자오는 이후 두달치 임금이 체불되자 지난 2월 사업장을 이탈했고 이후 그의 계좌는 지급정지 상태가 됐다.

이런 ‘강제 적금’은 2002년 1월 수협의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금지됐고, 중소기업중앙회·대한건설협회·농협중앙회 등 다른 연수생 추천기관들도 이미 1999년부터 이 제도를 없앤 터였다. 그러나 업체들은 이후에도 도주·이탈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강제 적금을 들게 해 왔다.

지난 4월 자오의 사연을 접한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가 은행 쪽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강력히 항의하자 은행은 자오 이름으로 적립된 적금과 퇴직금 등 520여만원을 자오에게 되돌려줬다. 강제 적금은 물론 일방적인 지급정지는 소송이나 당사자의 합의 없이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오는 다행히 상담소의 도움으로 돈을 되찾았지만, 사업장을 이탈하면서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연수생들은 대부분 찾아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금융기관에 묶인 돈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정한 인력송출회사의 한국지사(사후관리 업체) 50곳 가운데 중간 규모에 해당하는 ㄱ사의 자료를 보면, 2000년 말 현재 적금을 찾아가지 못한 연수생은 170여명, 액수는 5700여만원이었다. 이와 함께 귀국 항공료와 이탈 당시 마지막달 월급 등을 따로 보관해 둔 별단예금 규모도 1300여만원이었다.

그러나 연수생 입국과 사후관리 업무 전반을 맡고 있는 이들 추천단체 4곳과 관리·감독 기관인 중소기업청·노동부 등은 이런 돈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돈의 규모에 대해 “은행에 예치된 돈은 금융관계법상 은행에서 알려주지 않아 알 수 없다”고 하고, 중소기업청과 노동부는 “그런 일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답했다.

더구나 중소기업중앙회와 노동부 등은 1999년 국정감사 때 이 돈을 연수생들에게 되돌려주라고 지적받았음에도 지금까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당시 연수생들이 찾아가지 못한 적금이 38억원(6642명)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나서 연수생들에게 돈을 찾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이철승 소장은 “연수생이 땀흘린 대가를 찾아가지 못하는 일이 몇년째 계속되는데도 산업연수생 제도를 시행하고 관리·감독해 온 기관들이 이를 파악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정부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시간·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연수생들에게 돈을 찾아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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