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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사람] “조국위해 일한 간호사 역사 왜곡 말라”

등록 2006-10-24 19:56수정 2006-10-24 21:35

60년대 ‘파독 간호사’ 대부 이수길 박사 고국방문
“특정인 미화도 좋지만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됩니다.”

올해 자신을 석좌교수로 추대한 대구대 초청으로 24일 대구를 찾은 ‘파독 간호사들의 대부’ 이수길(78·사진) 박사는 먼저 언론에 일침을 놓았다.

이 박사는 “어떤 목적에선지 모르지만 당시 파독 간호사 등과 관련된 잘못된 일화를 전하는 이들이 있어 당혹스럽다”며 “역사를 왜곡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몇해 전 〈조선일보〉가 한 칼럼에서 소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루르지방의 함보른 광산을 방문했을 당시 일화를 예로 들었다. 박 대통령이 광부들과 간호사 앞에서 연설하다 광부들과 함께 울어버렸고, 차 안에서 뤼프케 서독 대통령이 자기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독일 대통령은 그 자리에 없었고, 전해진 당시의 분위기도 사실과 많이 다르다”며 “당시 한국은 약소국이어서 독일 대통령이 수행할 정도의 대접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조선일보〉는 같은 칼럼에서 ‘독일 땅에 도착한 한국 간호사들이 처음 맡았던 일이 알코올을 묻힌 거즈로 죽은이의 몸을 닦는 작업이었다’고 썼는데 독일에서는 간호사들이 주검을 닦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함보른 탄광방문 일화는 지난 9월 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일 방문 때 박 대통령과 육영수씨, 하인리히 뤼프케 서독 대통령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으로 〈연합뉴스〉가 다시 보도한 바 있다.

장애 이겨내고 의사 돼…60년 간호사 파견 시작
‘동백림 사건’ 연루돼 혹독한 고문 받기도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조선일보’ 기사는 허구

그는 간호사의 독일 진출을 성사시킨 당사자다. 함경남도 풍산에서 태어나 3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가 불편했던 그는 장애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의사가 됐다. 1959년 독일 뮌스터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65년 독일연방 소아과 전문의 자격을 딴 이 박사는 독일의 간호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착안했다. 66년 1월 처음으로 대규모 간호사 파견을 성공시켜 한국의 경제성장 등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그는 67년 4월 터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중앙정보부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독일 언론과 사회단체들의 석방운동 끝에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몇년 동안 한국 땅을 밟을 엄두도 못 내다 72년 독일 국적을 취득한 뒤에야 서울을 오갈 수 있었다.

그는 66년 한국 소아마비 협회를 창설하고, 70년대부터는 미국과 독일에서 심장기형어린이 무료수술을 해주는 사업을 펼쳐 34명의 생명을 구했다. 그는 87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목련장, 97년 독일 공로십자훈장을 받았다.

이 박사는 이번에 파독 간호사 및 동백림 사건과 관련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잘 정리해 역사를 사실대로 기록하는 데 써달라”며 대구대에 전달했다. 또 자신이 수집한 희귀본인 1890년판 〈마인츠 백과사전〉도 함께 전달했다. 올해 대구대 석좌교수로 추대된 이 박사는 25일 대구대에서 특강을 할 예정인데, “학생, 특히 장애 학생들에게 용기를 갖고 노력하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있으며 조국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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