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새 제도 앞두고 노조-사용자간 입장차 커
노동자의 파업권과 시민들의 공익을 어떻게 조화시킬지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내년 1월 ‘필수유지업무제도’ 시행을 앞두고 증폭되고 있다.
필수유지업무제도란, 지난해 노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를 폐지하고 파업권을 보장하는 대신, 병원 응급실 등 필수업무로 지정되는 분야는 파업을 금지하도록 한 제도다. 필수공익사업장은 현재 철도·도시철도, 수도, 전기, 가스, 석유, 병원, 통신, 우정, 한국은행 등이며 내년부터 항공운수와 혈액공급사업 등도 포함된다.
노동부는 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필수유지업무 제도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공공부문 노조원들이 “직권중재 제도보다 더 개악된 노조법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바람에 토론회가 1시간여 만에 중단됐다. 노동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노사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이달 중 시행령을 입법예고할 예정이었다.
필수유지업무는 최소한의 유지수준과 대상직무, 필요인원 등에 대해 노사가 서면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노사는 팽팽한 의견대립을 거듭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필수유지업무의 범위나 유지수준 등을 가급적 노사협정으로 정해 자율적으로 운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 쪽은 공익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유지 수준 등을 좀더 상세하게 정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국내 노조 조직률이 11% 미만”이라며 “필수유지업무를 명시하는 게 공익 보호인지, 쟁의권 봉쇄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재황 한국경영자총협회 정책본부장은 “공익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국민의 편에 서서 판단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이밖에도 필수유지업무에 대해 파업 참가자의 50%까지 대체근로 투입을 가능하게 하는 현행법을 함께 적용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이중으로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한편, 노동부는 이날 오후 ‘기간제법 및 파견법 시행령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도 열려고 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행사 진행을 가로막아 무산됐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애초 양쪽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탓인지 불참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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