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시정 안내서는 엉터리’ 비판
‘노동부 시정 안내서는 엉터리’ 비판
‘시정 신청’ 파견직 300명-정규직 5명땐 되고 4명땐 안돼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ㄷ사는 공장 한 곳을 자회사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공장 내 생산직의 대부분은 290여명에 이르는 파견노동자다. 파견 노동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 반장급 직원은 4명이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일하는 파견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파견 노동자 사이에 차별적 처우가 있더라도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 신청을 할 수 없다. 비정규직법의 다음달 시행에 맞춰 지난 3일 나온 노동부의 ‘차별 시정 안내서’를 보면, 파견 노동자를 쓰는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인력이 5명 미만일 경우 파견 노동자에게는 차별시정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명문화된 근로조건에 근거하지 않은 관행적인 비정규직 차별 처우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하기 힘들다. 안내서에는 똑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계약직원은 근로기준법이 정하거나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따른 근로조건에 대해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관행적 차별은 제외한 채 ‘명문화된 근로조건’만을 차별 시정 요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조건을 전부 명문화하고 있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예컨대, 상당수 기업들은 기본급과 고정상여금, 가족수당, 경조휴가 등만을 단체협약 등에 명시하고 있을뿐, 학업을 이수하고 있는 정규직에 대한 휴직 허용이나 전환배치 등은 관행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런 관행적 차별에 대해선 비정규직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20일 오후 ‘노동기본권 실현 국회의원 연구모임’ 등의 주최로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차별 시정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철희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주요 차별 사례에 노동부의 ‘차별 시정 안내서’를 적용시켜봤더니, 차별적 처우에 대한 시정을 어렵게 할 소지가 곳곳에 있었다”며 이에 해당하는 사례를 열거했다.
김 노무사는 안내서의 ‘상시 노동자수 기준’이나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의 범위’ 말고도 ‘비교 대상자의 선정 범위’, ‘금전 보상명령의 소급 효과’ 등 여러 대목에 차별 시정 요구를 하기 어렵게 하는 맹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탁경국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시정의 절차가 유일한 구제방법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탁 변호사는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갖고 있다”며 “따라서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절차를 이용하는 것 말고도 가처분 신청, 확인 소송, 손해배상 소송 등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시정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탁 변호사는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갖고 있다”며 “따라서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절차를 이용하는 것 말고도 가처분 신청, 확인 소송, 손해배상 소송 등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시정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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