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일반노조원들이 부당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10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9일 오후 농성 중인 어머니 정희숙(36·오른쪽)씨를 만나러 온 아들 김대웅군이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노동조건 악화·노동3권 흔들…“간접고용 규제 시급”
비정규직법에 따른 차별 시정과 정규직 전환 등을 피하려는 기업들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이 해온 업무를 외부 용역업체로 떠넘기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간접 고용 노동자로 대체하는 것이다. 유통·금융 업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움직임은 현행 법상 간접 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기존 원청업체의 정규직과 비교한 차별 시정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비정규직법 시행 직전인 지난달 29일 노사 합의를 거쳐 정규직 계산원 500여명을 영업·지원 등 다른 업무로 옮기도록 하고, 나머지 비정규직 계산원 100여명은 외부 용역업체와 새로 계약을 맺도록 했다. 롯데호텔에서도 주방에서 식기를 씻고 보관하는 등 기물 관리를 해온 비정규직 사원 43명과 계약을 해지한 뒤 외부 용역업체로 전직하도록 했다. 은행권에서도 하나은행이 최근 기존 자리가 빈 업무에 인력파견업체의 노동자를 투입했다. 이 은행은 또 미리 공문을 발송하지도 않은 채 이달 계약 기간이 끝나는 일부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인력파견 업체로 이직하도록 개별 권고했다. 하나은행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은행의 경영 효율성을 감안해 공석이 된 사무직에 파견 근로자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 계열 유통업체의 격렬한 노사 갈등도 뉴코아가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이 맡아온 매장의 계산 업무를 외부 용역업체에 넘기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간접 고용이란 근로자를 사용하는 업체와 고용한 업체가 서로 다른 고용 형태로, 파견과 용역, 도급, 사내 하청 등으로 지칭되고 있다. 최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2007년 3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비정규직 879만명 가운데 파견·용역근로의 비중은 4.8%이다. 하지만, 7개월 전인 지난해 8월에 견줘 용역근로와 파견근로는 9만명과 4만명씩 는 것으로 나타나, 이미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간접 고용 확산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조건이 전반적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주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은 “같은 일을 해도 용역업체를 거치기 때문에 임금이 삭감되는데다, 도급 업체간 경쟁이 과열되면 임금 단가가 더 낮게 책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통계를 바탕으로, 김유선 소장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할 때 기간제 근로자(임시·계약직)들의 임금이 55.5고, 용역 근로자들의 임금은 42.5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다 사용 업체와 고용 업체가 서로 다르다보니, 교섭을 요구할 사용주가 불명확해져 노동3권도 침해될 소지가 있다. 제조업에서 줄기차게 제기돼 온 위장 도급과 불법 파견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셈이다. 반면, 기업 쪽에선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비정규직들의 일자리가 되레 주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외주화를 무조건 나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기정 한국경총 기획본부장은 “고용 형태는 기업의 사정과 경영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점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에 대한 입법뿐 아니라, 간접 고용된 노동자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아웃소싱을 확대해 나가게 되면, 결국 간접고용을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법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정혁준 기자 whynot@hani.co.kr
[인터뷰] ‘이랜드사태’ 바라보는 두 의원 “행정당국 미리 감독했어야”
비정규직법 주도했던 이목희 의원
이목희 의원
“비정규직법의 기본적 한계”
비정규직법 반대했던 단병호 의원
단병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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