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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백화점·호텔·은행…비정규직 외주화 확산

등록 2007-07-09 20:32수정 2007-07-09 22:44

이랜드 일반노조원들이 부당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10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9일 오후 농성 중인 어머니 정희숙(36·오른쪽)씨를 만나러 온 아들 김대웅군이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랜드 일반노조원들이 부당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10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9일 오후 농성 중인 어머니 정희숙(36·오른쪽)씨를 만나러 온 아들 김대웅군이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노동조건 악화·노동3권 흔들…“간접고용 규제 시급”

비정규직법에 따른 차별 시정과 정규직 전환 등을 피하려는 기업들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이 해온 업무를 외부 용역업체로 떠넘기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간접 고용 노동자로 대체하는 것이다. 유통·금융 업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움직임은 현행 법상 간접 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기존 원청업체의 정규직과 비교한 차별 시정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비정규직법 시행 직전인 지난달 29일 노사 합의를 거쳐 정규직 계산원 500여명을 영업·지원 등 다른 업무로 옮기도록 하고, 나머지 비정규직 계산원 100여명은 외부 용역업체와 새로 계약을 맺도록 했다. 롯데호텔에서도 주방에서 식기를 씻고 보관하는 등 기물 관리를 해온 비정규직 사원 43명과 계약을 해지한 뒤 외부 용역업체로 전직하도록 했다.

은행권에서도 하나은행이 최근 기존 자리가 빈 업무에 인력파견업체의 노동자를 투입했다. 이 은행은 또 미리 공문을 발송하지도 않은 채 이달 계약 기간이 끝나는 일부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인력파견 업체로 이직하도록 개별 권고했다. 하나은행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은행의 경영 효율성을 감안해 공석이 된 사무직에 파견 근로자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 계열 유통업체의 격렬한 노사 갈등도 뉴코아가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이 맡아온 매장의 계산 업무를 외부 용역업체에 넘기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간접 고용이란 근로자를 사용하는 업체와 고용한 업체가 서로 다른 고용 형태로, 파견과 용역, 도급, 사내 하청 등으로 지칭되고 있다. 최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2007년 3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비정규직 879만명 가운데 파견·용역근로의 비중은 4.8%이다. 하지만, 7개월 전인 지난해 8월에 견줘 용역근로와 파견근로는 9만명과 4만명씩 는 것으로 나타나, 이미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간접 고용 확산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조건이 전반적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주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은 “같은 일을 해도 용역업체를 거치기 때문에 임금이 삭감되는데다, 도급 업체간 경쟁이 과열되면 임금 단가가 더 낮게 책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통계를 바탕으로, 김유선 소장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할 때 기간제 근로자(임시·계약직)들의 임금이 55.5고, 용역 근로자들의 임금은 42.5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다 사용 업체와 고용 업체가 서로 다르다보니, 교섭을 요구할 사용주가 불명확해져 노동3권도 침해될 소지가 있다. 제조업에서 줄기차게 제기돼 온 위장 도급과 불법 파견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셈이다.

반면, 기업 쪽에선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비정규직들의 일자리가 되레 주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외주화를 무조건 나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기정 한국경총 기획본부장은 “고용 형태는 기업의 사정과 경영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점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에 대한 입법뿐 아니라, 간접 고용된 노동자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아웃소싱을 확대해 나가게 되면, 결국 간접고용을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법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정혁준 기자 whynot@hani.co.kr


[인터뷰] ‘이랜드사태’ 바라보는 두 의원

“행정당국 미리 감독했어야”
비정규직법 주도했던 이목희 의원

이목희 의원
이목희 의원
17대 국회에서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처리를 주도했던 이목희 의원(무소속)은 이랜드 사태의 핵심은 “노조 탄압으로 악명 높은 이랜드그룹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행정당국이 미리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랜드그룹은 노동자 고용과 관리에서 악명 높은 회사다. 이번 사태도 문제가 된 직원들을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정규직도 계약직도 아닌 상황으로 고용하고 있다가 이들을 도급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다. 행정당국이 이를 사전에 감독하고 관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이 법적인 허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노동부가 ‘취할 수단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설사 법적으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처와 정책협의를 통해 이랜드그룹을 압박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부처간 협의를 통해 회사 쪽에 압력을 넣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법안에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는 사유를 사전에 제한하는 제도(사전 사용 사유 제한)를 넣지 않아서 이런 사태가 빚어졌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만약 사전 사용 사유 제한이 이뤄졌다면 기업들이 아예 고용 자체를 기피하는 대량 실업사태가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정규직 법안 통과 이후 하나은행과 신세계가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등 1만7천여명의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며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비정규직법의 기본적 한계”
비정규직법 반대했던 단병호 의원

단병호 의원
단병호 의원
지난해 12월 비정규직법이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돼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비정규직법 반대 투쟁의 전선에 서 있었다. 당시 단 의원은 “비정규직법이 통과되면 2년마다 대규모 해고와 실업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 의원은 9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랜드 사태엔 그동안 경고했던 계약 해지, 직군 분리 등의 온갖 문제점이 응축돼 있다”며 “이는 비정규직법의 기본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단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는 오로지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 말고는 해결 방법이 없다”며 “노동 진영이 정부·경영계와 논의할 것은 비정규직 고용 기한을 얼마나 늘일지가 아니라, 얼마나 단계적으로 줄이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시근무를 해야 하는 직종에 대해선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을 두는 게 가장 바람한데,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외주용역이나 직군 분리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마트나 우리은행 등에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데 대해서도 “고용 안정은 이뤄졌지만, 결국 직군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 의원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보호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며 “대형마트의 계산대에서 일하는 최하위층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강압적이고 물리적인 수단을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앞으로 9월 정기국회에서는 비정규직법 개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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