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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불법 하도급에 희생된 ‘20년 전봇대위 인생’

등록 2007-10-28 20:57

전국건설노조 인천건설지부 전기분과의 파업 131일째인 지난 27일 분신해 숨진 정해진 조합원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에서 28일 오후 한 인천건설노조 조합원이 영정을 바라보며 조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국건설노조 인천건설지부 전기분과의 파업 131일째인 지난 27일 분신해 숨진 정해진 조합원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에서 28일 오후 한 인천건설노조 조합원이 영정을 바라보며 조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기원 노동자 정해진씨 131일째 파업집회중 분신 사망
업체들 낙찰단가 인하 경쟁
다단계하도급 근무환경 악화
사쪽 노조탄압·한전 감독소홀
“파업정당” 마지막 외침

“전기원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정당하다.”

지난 27일 비정규 노동자 정해진(48)씨가 분신하면서 마지막으로 외친 말이다. 전봇대·철탑 위에 올라가 고압 전선을 만지는 전기원으로 20여년 일해온 정씨는 전국건설노조 인천지부 전기분과노조가 인천지역 13개 전기공사업체들을 상대로 지난 6월부터 △주 44시간 노동 △단체협약 체결 등을 내걸고 27일로 131일째 벌여온 파업에 동참 중이었다.

정씨는 이날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 청천동의 전기공사업체인 영진전업 건물 앞에서 집회를 벌이던 중, 갑자기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붙였다. 집회에 참석했던 주변 사람들은 정씨가 “(사쪽 교섭대표인) 영진전업 사장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정씨는 분신 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저녁 9시께 결국 숨을 거뒀다.

건설노조 정광수 전기분과위원장은 “인천지역 전기공사업체들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기공사 입찰을 따내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면서,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기는커녕 ‘노조탄압’으로 일관해왔다”며 “업체들의 이런 태도가 정씨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전이 발주한 전기공사를 낙찰받은 업체들은 일용 또는 상용노동자인 전기원을 채용해 일을 맡긴다. 낙찰만 받고 개인이나 다른 시공업체에 다단계로 하도급을 주기도 한다. 정씨도 영진전업에서 2년 동안 일하다가, 현재는 일용직으로 여러 업체에 불려다니며 일하고 있었다.

업체들이 낙찰 단가를 낮추려다보니, 전기원들의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진다. 하루 10~12시간 근무는 보통이고, 높은 전봇대에 올라가 수만 볼트의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다루는 작업을 하다보니 항상 생명의 위협에 노출된다.


지난해 인천지역 노조를 처음 만들어 교섭을 시도했지만, 업체들은 “민주노총을 탈퇴하라”며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새벽엔 영진전업 앞 천막농성장에 한국노총 조끼를 입은 30여명이 침입해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벌어졌다. 회사 쪽의 회유·협박으로 6월엔 140여명이던 조합원도 지금은 20여명으로 줄었다.

건설노조 박종모 교육선전국장은 “공사를 발주한 한전 인천사업본부와 노동부가 전기공사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한전 쪽에 불법 다단계하도급 근절과 작업안전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파업으로 중단된 공사를 직접 강행했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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