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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정규직 매장계산원, 고객만족 1등 공신”

등록 2007-10-31 10:07

지난달 28일 오후 프랑스 파리 인근의 까르푸 빌리에앙비에르점 2층 회의실에서 브루노 르봉 점장(오른쪽 두번째)과 계산원 로샤 나탈리(오른쪽 첫번째) 등 노조 및 회사 쪽 관계자들이 까르푸와 이랜드의 비정규직 고용 현실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빌리에앙비에르(프랑스)/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지난달 28일 오후 프랑스 파리 인근의 까르푸 빌리에앙비에르점 2층 회의실에서 브루노 르봉 점장(오른쪽 두번째)과 계산원 로샤 나탈리(오른쪽 첫번째) 등 노조 및 회사 쪽 관계자들이 까르푸와 이랜드의 비정규직 고용 현실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빌리에앙비에르(프랑스)/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프랑스 까르푸 노사 인터뷰
프랑스 전체 매장 계약직 7%…고객 “가격보다 친절”
“비정규직 고용·해고 쉬운 한국 노동법이 문제” 비판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 남쪽 빌리에앙비에르에 자리잡은 까르푸 매장. 100여m에 걸쳐 계산대만 73개가 늘어서 있다. 홈에버(옛 한국까르푸) 서울 상암점의 2배 크기인데, 언제나 화창하게 웃으며 고객을 맞는 계산원들은 ‘거대한 매장’에 인간미를 불어넣는 이곳의 자산이었다. 손님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무표정한 계산원은 이곳과 한국의 거리만큼이나 멀리 있었다.

이날 오후 까르푸 빌리에앙비에르점 2층 회의실엔 브루노 르봉 점장을 비롯한 까르푸의 노사 관계자 8명이 <한겨레>와 인터뷰를 위해 모였다.

먼저 계산원 로샤 나탈리(40)씨가 ‘즐거운 계산원’에 대한 의문을 풀어 줬다. 그는 “(한국의 이랜드에서처럼 비정규직이거나 외주용역업체 노동자가 된다면) 웃음도 친절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나는 18년 넘게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정년(60살)까지 즐겁게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르봉 점장도 거들었다. “외주용역은 경비·청소 등 극히 일부 업무만 가능하다. 숙련된 계산원의 안내, 웃음, 친절은 고객만족의 최우선 요소여서, ‘계산원 아웃소싱’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고객 설문조사 결과에선 고객이 까르푸를 찾는 첫째 이유가 항상 ‘계산원의 접대’로 나오고, 그 다음이 가격이다.” 실제 빌리에앙비에르점 직원 850명(계산원은 220명) 가운데 계약직은 50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성탄절 등 성수기에만 3개월 기한의 비정규직이 일시적으로 는다. 까르푸 본사 홍보담당인 로렌스 파파라르도씨는 “계산원은 까르푸의 거울”이라며 “프랑스의 218개 까르푸 매장에 계산원이 2만명인데, 성수기 때 단기 임시직을 빼고는 거의 모두 정규직”이라고 덧붙였다.

차별없는 노동 차별없는 사회
차별없는 노동 차별없는 사회
까르푸노조 대표 실랭 마세씨는 “(한국에서) 비정규직 계산원이 정규직이 되기는커녕 외주용역업체로 전직을 강요받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해고된 계산원들이 집단적으로 무슨 큰 실수를 저질렀나?”고 물었다. 그러자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다”는 까르푸그룹노조 코르파 세르게씨가 “한국에선 (비정규직) 해고가 쉽다”며 참석자들에게 아는 척을 했다. 그는 “경제적 이유로 외주화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분명 손해”라고 했다.

‘그렇다면, 까르푸는 왜 한국 진출 시절 비정규직 계산원을 대거 고용했나?’

예상치 못한 질문에 까르푸의 노사 모두 당황한 빛이 뚜렷했다. ‘한국을 좀 안다’는 그룹노조 대표 세르게씨가 다시 나섰다. “비정규직 고용 규제가 적은 한국의 노동법이 문제였다. 2000년 한국에 갔을 때, 한국정부는 비정규직이 만연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었다. 한국에 처음 진출해 ‘탐색’이 필요했던 까르푸가 그걸 이용한 거다.” 곤혹스런 표정의 파파라르도 본사 홍보 담당은 “프랑스의 까르푸에는 7만5천명 직원 가운데 계약직이 7% 밖에 안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고 했다.

모임을 끝내며 한 참석자가 까르푸의 ‘2대 경영방침’을 넌지시 일러줬다. ‘①현지화를 통한 자율경영 ②최소 투자로 초기 비용 최소화’. 까르푸의 이 공식에 ‘한국’과 ‘비정규직’을 대입해보라는 얘기로 들렸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었다.


빌리에앙비에르(프랑스)/양상우 기자 ysw@hani.co.kr


‘덤핑고용’으론 고부가가치 창출 불가능

독일, 파견직 20만개 늘려도 소비 안늘어
폴크스바겐 “5천명 정규직화 예정”

“은행 창구 일은 직장생활의 시작일 뿐이에요. 모두 정규직이고, 지점장이 되는 걸 목표로 일하고 있어요.”

지난달 25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부근 드레스너은행 카이저 스트라세 지점에서 고객상담을 막 끝낸 직원 얀 라이아커씨가 웃으며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고용유연화’의 물결이 ‘비정규 고용’을 확산시키고 있지만, 독일에서 그 속도는 상당히 더뎌 보였다.

최근 몇 년 새 독일에서도 ‘새 일자리 창출’을 명분 삼아 ‘파견노동의 전면 허용’ 등 ‘비정규직 고용 완화’가 시행됐다. 이에 대해 독일 노동사회부의 한스 피텐 비정규노동 담당 과장은 “기업에 고용부담을 주지 않는 파견직이 실업자들에게 일을 주는 시작점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대해선 반론도 거셌다. 당장 실업률이 떨어지는데도 소비는 늘지 않는 곤혹스런 결과도 그 중 하나다. 독일금속노조(IMF) 간부인 요르그 바이간트씨는 “주로 불안정한 일자리가 실업자들에게 주어지면서, 이들이 실업상태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30만개에 가까운 일자리가 늘었지만, 이 가운데 70%는 저임금 파견직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독일사회에선 ‘덤핑 고용’으로는 ‘고품질·고부가가치’ 창출이 어렵다는 ‘전통’과 ‘상식’이 ‘비정규직 고용 확대’를 막는 방파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드레스너은행의 클라우스 겔리히 인사담당 이사는 “독일 내 직원 2만8천명 중 비정규직은 1% 가량인데, 출산휴가를 간 직원 등을 대체하는 임시인력”이라며 “2년까지는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직 고용이 허용되지만, 높은 신뢰성과 보안 유지가 요구되는 은행 업무에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스 뵈켈러 재단 산하 경제사회연구소(WSI)에서 노동시장 분석을 맡고 있는 틸 쉘 박사도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고용관계는 시장경제의 여러 가변적 요소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 체질을 강화시킨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시 당국의 실업자 구제 노력에 부응해 지난 2001년 ‘아우토 5000’이라는 자회사를 신설해 정규직보다 20% 가량 적은 임금으로 5천여명을 새로 고용한 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볼프스부르크에서 만난 이 회사의 인사부문 홍보책임자 스테판 울리츠씨는 “이들의 숙련도와 생산성이 일정 궤도에 오른 만큼, (다른 공장으로 분산시켜) 모두 정규직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랑크프루트·볼프스부르크/글·사진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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