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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사람] “개악 노사법 알리려 광고 100억원·전화 40만통”

등록 2007-12-16 18:55

노동당 ‘총선 압승’ 이끈 호주노총 리처드 왓츠 노사관계실장
노동당 ‘총선 압승’ 이끈 호주노총 리처드 왓츠 노사관계실장
노동당 ‘총선 압승’ 이끈 호주노총 리처드 왓츠 노사관계실장
집에서 두 아이를 돌보고 있던 한 비정규직 여성이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의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다. 갑작스런 호출에 이 여성은 “지금은 아이들을 돌봐야 할 시간이니 곤란하다”고 말해 보지만, 사장은 “당장 안 나오면 해고”라며 막무가내다. 여성 노동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항의했지만, 사장은 ‘새 노사관계법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참담한 표정을 한 이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노동자 권리’ 캠페인 30개월 지속
“30% 달하는 부동층 노동자 설득”
‘현실적 변화’ 강조해 지지 이끌어

얼마 전까지, 호주 텔레비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고의 한 장면이다. 호주 정부가 지난 2005년 11월 노사관계법을 개정해 해고를 쉽게 하자, 이에 반발한 호주노총이 제작한 광고였다. 호주노총은 2년6개월여 동안 ‘일터에서 당신의 권리’ 캠페인을 꾸준히 벌여 왔고, 이는 지난달 24일 총선에서 집권당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졌다. 호주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의석 150석 중 86석을 얻어 의회 다수당이 됐다.

지난 13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호주 노사관계법 개악과 호주노총의 대응’ 정책워크숍에 참석한 리처드 왓츠 호주노총 노사관계실장(사진)은 “보수정당이 노동자들의 삶을 얼마나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가를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왓츠 실장은 민주노총이 대선을 앞두고 호주노총의 사례를 ‘한 수’ 배우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자, 이를 받아들여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총선에서 호주노총은 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 가운데 부동층에 속하는 30%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호주노총은 어마어마한 ‘돈’과 ‘사람’을 투입했다. 200만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에게 200억원의 특별기금을 거뒀다. 이 가운데 절반은 텔레비전 광고비로 썼다. 전략적 지역구로 선정한 24곳에선 40만통의 전화를 걸어 ‘노동자의 권리찾기’가 왜 필요한가를 설득했다. 직접 가정을 방문한 건수만도 9만3천건에 이르렀다. 왓츠 실장은 “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강요하기 보다는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 딸들의 일자리가 어떻게 바뀔 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데 주력했다”며 “이런 캠페인으로 인해 정부의 새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두 배 이상 늘었고 노조에 대한 지지도 커졌다”고 말했다.

‘홍보 전문가’ 출신은 아니지만, 왓츠 실장은 최근 호주 광고업계가 모시는 ‘브아이아피’(VIP)가 됐다.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모은 호주노총의 광고가 광고업계로부터도 큰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광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왓츠 실장은 “엄청난 비용이 들었지만, 선명한 이슈를 내건 텔레비전 광고전략이 적잖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글·사진/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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