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해온 계약직 노동자에 대해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7월 비정규직법 시행 뒤, 기업이 계약직 노동자들을 2년 주기로 교체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한명수)는 농협중앙회 성남농산물종합유통센터(성남유통센터)에서 일하다 해고된 박아무개씨가 낸 해고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농협중앙회가 박씨에 내린 계약갱신 거절은 무효이며, 계약 해지된 날로부터 복직 때까지 매월 일정액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00년 8월 성남유통센터의 시간제 노동자로 입사한 이래, 2006년 9월 사쪽으로부터 재계약 거절 통보를 받기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 2002년 3월부터는 계약직 사원으로 일해 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담당해온 업무가 전자상거래나 정산, 계산원 업무 등으로 모두 상시적 필수 업무로 보이는 점 등으로 볼 때,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은 단지 형식에 불과하며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며 “(농협중앙회가) 계약직으로 채용된 직원의 최장 근로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놓은 것도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박씨의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입증할 근거가 없어 이번 해고는 근로기준법의 정당한 이유를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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