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기업1465곳 설문조사
파견 전환·감축 상당수…37%는 전환자 아예 없어
지난해 7월1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등 보호에 관한 법률’ 등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을 맞아, 적지 않은 중·대기업들이 기간제 노동자들을 파견·도급 같은 ‘간접 고용’으로 바꾸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등 법 취지와 어긋나는 ‘편법’으로 대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간제 노동자를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는 기업도 37%에 이르렀다.
이는 27일 노동부가 100인 이상 기업 1465곳, 기간제 등 비정규직 노동자 14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데서 드러났다.
기간제 노동자를 쓰는 기업 가운데, 계약 해지나 파견·도급 전환 등을 했다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기간제 노동자를 △도급·파견으로 전환(19.9%) △기간제 일자리를 감축(20.6%) △기간제 노동자를 계약 해지하고 다른 기간제 노동자로 교체 사용(21.4%)했다고 응답(복수 응답)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추진하겠다’고 한 기업들의 비중도 비슷하게 나왔다.
‘1명 이상이라도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기업은 조사 대상 업체 수의 63.0%이었다.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기업도 꽤 있었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 기업은 기간제 근로자의 43.2%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2005년까지 기간제 노동자를 파견·도급으로 전환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26.4%, 2006년 20.1%, 2007년 상반기 20.7%에 이르는 등,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부터 이미 기업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박화진 노동부 차별개선과장은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2005년 이전부터 일찌감치 기업들이 대응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관련 법률들은 2004년 11월 정부의 제·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며, 2006년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새로 도입된 차별시정 제도에 대한 기대는 낮았다. 정규직 노동자에 견줘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차별시정을 신청하겠다’는 이는 겨우 18.1%에 그쳤다. 그 이유로는 사업주로부터 불이익을 받거나(32.7%), 사업주가 노동위원회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것(27%)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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