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해고 앞두고 노사 갈등 커지는 양상
노조 “천막 설치 엿새사이 3차례나 철거”
노조 “천막 설치 엿새사이 3차례나 철거”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강남성모병원 비정규 노동자들과 병원 사이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강남성모병원은 22일 새벽 5시께 서울 서초동 병원 행정동 건물 앞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농성 중이던 천막을 용역 직원들을 동원해 강제로 철거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지난 17일 저녁 천막농성장이 설치된 뒤 엿새 사이, 천막이 3차례나 철거됐다”고 주장했다. 철거 과정에서 사설 경비업체 직원 20여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남성모병원에 파견돼 환자를 이송하고 의료기구를 정리하는 등의 간호 보조 업무를 해 온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시작한 것은 오는 30일로 병원에서 해고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한겨레> 9월3일치 12면])이다. 병원 쪽은 “2년 파견 기간이 끝났다”며 파견 노동자 28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 가운데는 5년 동안 이 병원에서 일했던 노동자들도 있다. 애초 병원에 직접 고용된 기간제 노동자였다가, 2006년 10월 병원이 파견업체에 간호보조 업무를 통째로 맡기면서 이들의 소속은 강남성모병원에서 파견업체로 바뀌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등은 “가톨릭 정신을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는 병원이 사회적 약자를 돌보기는커녕, 비정규직법이 정한 직접 고용 의무를 피해가려고 파견 등 간접 고용 노동자를 돈벌이를 위해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병원 쪽에 직접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쪽은 “2년 계약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파견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태도다. 현행 파견법이 2년 이상 고용한 파견 노동자만 직접 고용할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면서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지·지원하는 각계의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강남·서초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사태의 진실을 알리겠다”고 밝혔고, 천막농성장 앞에서는 매일 저녁 6시30분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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