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밤 서울 금천구 가산동 기륭전자 본사 정문 앞에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설치한 철탑을 구사대와 용역원들이 흔들며 철거하려 하자, 구조물 위에서 시위를 벌이던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뒷모습이 보이는 이)이 “원하는 대로 죽여봐”라고 외치며 구조물에 가까스로 매달려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조합원 등 10명 부상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회사 쪽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 전투경찰들 사이에 20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노조 관계자와 인터넷 모임 회원 등 10여명이 다쳤다. 이날 아침 8시께부터 밤늦게까지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기륭전자 정문 앞은 노사 양쪽의 충돌로 아수라장이 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분회와 노동·시민사회단체 소속 200여명은 오후 4시께 ‘폭력사태 규탄’ 집회를 연 뒤, 회사 앞에 10m 높이의 철탑을 쌓았다. 철탑 위에는 김소연 분회장과 이상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이 올라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 회사 이전은 안 된다”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오는 25일까지 신대방동 신사옥으로 옮길 예정인 회사 쪽이 지난 15일 비정규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뒤로, 노사는 거듭 충돌해 왔다.
철탑이 세워지자, 전투경찰과 회사 쪽 직원 등 200여명은 집회 참가자들을 회사 앞에서 밀어내고 10여명을 강제 연행했다. 밤늦게까지 철탑 농성자들을 끌어내리려는 경찰·회사 쪽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대치가 이어지면서, 얼굴이 찢어지고 실신하는 등 부상자도 속출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철탑을 흔들어, 김소연 분회장이 1분 남짓 철탑에 매달리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이에 앞서 아침 8시께도 회사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던 노조원과 인터넷 모임 회원 등 20여명이 용역업체 직원 40여명과 집회 방해 시비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충돌했다. 노조는 “신고된 합법 집회를 하는데 용역 직원들이 큰 소리로 가요를 트는 등 집회를 방해했다”며 “이에 항의하는 시민을 회사 안으로 끌고가 집단 폭행해 한 누리꾼의 앞니가 부러지는 등 네 명이 다쳤고, 경찰도 용역들의 폭력행위를 방조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7일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기륭전자와 이를 비호한 경찰을 폭행·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