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에서 청소 일을 하는 김경순 공공노조 연세대분회장(오른쪽)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에서 ‘ㅁ사는 청소·미화 비정규 노동자 101명한테 체불임금 3억5천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청소용역업체 폐업…임금 3억5천만원 떼일위기
8개월간 투쟁 끝에 받아내…“학생들 고마워”
8개월간 투쟁 끝에 받아내…“학생들 고마워”
“밀린 임금인데도 큰돈이라 못 받을 줄 알았어요. 많은 힘이 되어 준 대학생들이 고맙죠.”
연세대학교에서 청소 일을 하는 김경순(62) 공공노조 연세대분회장의 얼굴에 오랜만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연세대 청소·미화 비정규 노동자 101명이 7일 용역업체 ㅁ사로부터 밀린 임금 3억5천만원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연세대분회는 이날 오전 서울지방노동청 서부지청에서 체불임금 지급에 관한 노사합의서를 작성했다.
“돈은 현금? 아니면 수표로 주나요?” 근로감독관에게 묻는 연세대 사회학과 05학번 김세현씨의 목소리에도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합의서가 작성되는 동안 다른 연세대생 10여명도 자기 일인 양 벙글벙글 웃었다. 지난 8개월 동안 캠퍼스 안에서 맺어진 ‘아름다운 노동자-학생의 연대’가 마침내 결실을 보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밀린 임금에 맞서 대학 본관 앞에서 수십 차례 집회를 열고 서부지청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는 등 연대해 왔다.
밀린 임금을 받아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연세대와 용역 계약을 맺은 ㅁ사는 청소·미화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72만7320원에도 못 미치는 69만원의 기본급만 주는 등, 지난 3년 동안 임금 3억5천만원을 주지 않았다. ㅁ사는 지난해 말 “체불임금 등 4억원을 입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월 말 연세대와 계약이 종료되면서 갑자기 폐업 신고를 했다. 돈도 떼일 위기에 놓였다.
그런데 연세대가 지난해 9월 ㅁ사한테서 발전기금으로 3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대학생들도 “학교가 비정규 노동자들의 피땀을 착취하느냐”며 비판하자, “체불임금은 업체와 해결할 일”이라던 연세대는 태도를 바꿔 지난 3월 발전기금 반환을 약속했다. 그 뒤에도 체불임금액 산정·반환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다가 이날 어렵게 합의를 끌어낸 것이다. 박진현 공공노조 서울본부 조직국장은 “연세대가 원청 사용자로서 체불임금을 내놓은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며 “나이 든 비정규 노동자들이 끝까지 학생들과 함께 싸운 힘이 연세대를 움직였다”고 말했다.
대학 캠퍼스 안의 ‘아름다운 노·학 연대’가 일궈낸 성과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엔 연세대 공학관에서 일하던 용역업체 경비원 12명이 ‘출입문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해고됐다가, 노조와 학생들의 집회·서명운동 등으로 일주일 만에 복직됐다. 9월엔 성신여대에서 청소용역 노동자 65명이 해고됐다가,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다른 용역업체로 모두 고용 승계됐다.
공공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이런 ‘아름다운 연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8개 대학 학생들과 함께 학내 비정규직의 실태를 조사하고 노조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글·사진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글·사진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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