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투표 결과 87% 압도적 찬성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케이비(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 27일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87.59%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케이비국민은행지부의 전국 1300여 분회는 1일부터 사흘 동안 무기계약직 5천명을 대상으로 가입원서를 받을 예정이다.
금융권에서 우리은행, 부산은행 노조 등이 비정규 노동자의 직가입을 허용한 적은 있지만, 조합원 총투표라는 방식을 통해 노조 가입 문호를 ‘활짝’ 연 것은 처음이다. 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가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의 노조 직가입을 허용하는 안을 두고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세 차례나 부결되는 등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끌어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강현 케이비국민은행지부장은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을 포용해 ‘한가족’이 되고 노조가 더 단단해질 수 있으려면 총투표를 통해 마음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올해 중점사업으로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추진하기로 하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점을 꾸준히 홍보·교육한 덕분에 높은 찬성률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비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노사 합의를 통해 텔러·텔레마케터직 등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 노동자 5천명을 지난 1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킨 바 있다. 이후 순차적으로 나머지 계약직 3천여명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무기계약직은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고용계약을 맺는다는 점에서 정규직과 비슷하지만, 급여·복리후생 등에서 정규직과 차이가 있다. 케이비국민은행지부는 “무기계약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7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내년 7월까지 동일한 복리후생 혜택을 주기로 회사와 합의한 상태”라며 “내년 1월 이후에는 2년 초과 근무자의 무기계약직 전환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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