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태 SBS 노조 위원장
앵커들 블랙투쟁 등 유연하게 진행
“우리는 진보와 보수, 기자와 기술직을 떠나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26일 오전 10시 전국언론노조 총파업 에스비에스 출정식에서 만난 심석태 에스비에스 노조위원장은 차분했다. 하지만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번 총파업의 정당성을 힘주어 강조했다.
민영방송인 에스비에스 노조가 파업의 깃발을 들기는 1990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노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공영방송과 달리 에스비에스는 소유주가 분명하게 있어 파업이라는 집단적 저항은 그만큼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번 총파업은 외부에 여권과 문화방송의 대결로 비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심 위원장이 이끄는 에스비에스 노조의 적극적인 파업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그는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언론관계법은 국민들을 볼모로 조중동에게 권력을 넘겨주기 위한 목적이 분명하다”면서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언론의 자유를 모든 기본권에 우선하는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스비에스가 나설 싸움이 아니다’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어떤 이들은 ‘우리의 투쟁이 문화방송을 도울 뿐’이라고 말하지만, 공영이든 민영이든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언론은 미디어 산업의 일부이지만, 여론을 소통하고 수렴하는 채널”이라며 “재벌과 정권의 언론장악과 다름없는 이 정부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파업 첫 ‘경험’이니만큼 무리하지 않고 유연하게 파업투쟁을 이끌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심 위원장은 “우선 앵커들이 검은 옷을 입는 ‘블랙 투쟁’과 기자들이 육성으로만 뉴스를 진행하고 등장하지 않는 ‘스탠드업 생략’ 같은 상징적인 방식으로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적은 100여명의 인원이 참석한 출정식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은 근무시간이라 조합원들의 참여가 적은 편”이라며 “이 싸움이 회사와의 싸움도 아니고 방송을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조합원들을 한 데 묶어낼 상식을 믿고 있었다. 심 위원장은 “노조에 적대적인 사람도 있고, 오늘 집회에 나온 사람 가운데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여·야를 가리기 위한 싸움을 할 시점이 아니고 무엇이 옳은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공동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앞으로 에스비에스 노동조합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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