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거센 반발…민주노총도 전면전 태세
여권, 개정안 발의 의원 못찾아 ‘2월 처리’ 고민
여권, 개정안 발의 의원 못찾아 ‘2월 처리’ 고민
비정규직법이 ‘2월 입법전쟁’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여당이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을 뼈대로 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 하자, 노동계는 “입법 강행 땐 전쟁”이라고 밝히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연 한나라당과의 정책협의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 강행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고 (노동계와) 전쟁을 하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위원장은 “노동부가 추진 중인 개정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양보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오전엔 한국노총 비정규직연대회의가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기간 4년 연장은 정규직 전환을 바라며 2년 동안 열악한 여건에서도 묵묵히 일해 온 비정규 노동자들을 수렁으로 밀어넣는 처사”라며 정부에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의 낙선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2월 전면전’을 벼르고 있다. 민주노총은 30일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 투쟁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다음달 초 ‘노-정 교섭’을 요구하고 14일 대규모 비정규 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 오는 2~4월로 예정한 총파업 찬반투표 일정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태도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9일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은 기간이 너무 길어 노동계도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2년이 되면 정규직화하고, 중소기업은 법인세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면서 2년에 한해 한시적으로 정규직화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가 비정규직법 때문에 실업대란이 일어날 거라고 인식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사회통합이 중요한데, 지금 비정규직법을 개정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대 뜻을 분명히했다.
법 개정안을 발의할 의원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지난 24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부 입법 대신 의원 입법 형식으로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제4정책조정위원장인 김기현 의원이 발의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으나, 김 의원이 ‘거부’ 뜻을 밝히면서 의원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2월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송법 등에 ‘전쟁’이 예고된 터에, 비정규직법 개정안까지 강행처리 목록에 오르면 더 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던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국노총과의 간담회 뒤 “노동계와의 시각차가 크기 때문에 무리해서 강행할 법안이 아니다”라며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황예랑 최혜정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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