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실태조사
임금·별도 계약기준 등 기간제와 처우 비슷
정규직으로 분류, 시정 요구할 길마저 막혀
임금·별도 계약기준 등 기간제와 처우 비슷
정규직으로 분류, 시정 요구할 길마저 막혀
공공기관에서 4년 동안 기간제 노동자로 일하던 정아무개(36)씨는 2007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무기계약직 노동자’로 전환됐다. 그러나 정규직 대비 65% 수준인 임금도, 성과급을 못 받는 것도 기간제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고용 불안도 도사리고 있다. 업무 외주 위탁이 이어지고 있어 언제 외주업체 소속으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기계약직으로서 비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규직과의 차별에도 시정을 요구할 길이 없어졌다.
2007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에 맞춰 공공기관·은행 등이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으나 정규직에 견줘 임금 등에서 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6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에 맡긴 ‘무기계약 근로자 노동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131개 기관·사업장의 정규직 전환자, 무기계약 전환자, 미전환된 기간제 노동자 등 1307명을 조사해 비교·분석했다.
조사 결과 무기계약직의 월 평균임금은 157만9천원으로, 정규직 전환자 238만6천원과 큰 차이가 났고 오히려 기간제 150만3천원 수준에 근접했다. 무기계약직 가운데 46.6%는 ‘같거나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에 견줘 임금이 40% 이상 적다’고 응답했다. 식비·의료비·주택자금 지원 등 주요 사내 복지제도의 적용률도 30~50%에 그쳤다.
당시 정부가 가장 강조했던 ‘고용 불안 해소 효과’도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무기계약직들은 ‘별도 재계약 기준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데 기간제 노동자와 비슷하게 응답해, 정규직과는 다른 직제·직급 신설로 별도의 기준이 적용됨으로써 여전히 고용 불안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자도 정규직은 33.5%에 그친 반면, 무기계약직은 67.4%나 됐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는 “무기계약직은 단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직으로 돼 있을 뿐이고 다른 근로조건 등의 규정이 없어 차별시정제도 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법·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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