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단계적 추진 계획 뒤집어…중요사업 차질 우려
주요 공기업들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따라 사실상 인위적인 인력감축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관련 노조들은 “합의 없는 인력감축 추진은 무효”라며 이사회 안건 상정을 저지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전력 등 주요 공기업들은 25일부터 잇달아 이사회를 열어 2012년까지 단계적 인원감축안을 올해 정원에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한전 이사회는 노조 쪽 반발로 정원감축안 상정을 다음 이사회로 넘기기로 했다. 26일엔 가스공사, 30일 발전회사, 31일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기업들에 두 차례에 걸쳐 내려보낸 지침에 따른 것이다.
재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선진화 방안에는 2012년까지 한전이 2140명, 가스공사 305명, 중부발전 508명 등 인원을 단계적으로 줄이게 돼 있다. 하지만 최근 지침에선 ‘2012년까지 줄일 인원을 올해 정원에 반영해 이사회에서 결의하라’고 주문했다. 경기침체로 실업대란이 우려되는데도 완충 구실을 해야 할 공기업한테 되레 인원감축을 서두르도록 강요하는 셈이다. 특히 개별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인력감축이 추진되고 있어 일부 공기업에서는 사업 차질도 우려된다. 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책사업으로 추진중인 강원·경북 등 가스 미공급 지역의 추가공급 사업만 해도 필요한 인원이 200명이고, 러시아 피엔지 도입 사업에 당장 들어갈 인원도 50명 이상인데 인원을 줄이겠다고만 하니 현장에서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가스공사 노조 쪽은 “정부가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예산 편성이나 공공기관장 실적평가와 연계해 인원감축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전 관계자도 “외환위기 때 3년 동안 신입사원을 뽑지 않아 인력구조가 크게 왜곡된 바 있다”며 “회사로선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최대한 기존 인원들을 내보내는 방법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이미 200여명의 희망퇴직원을 받았고 지난번 인사 때 보직을 받지 못한 간부직 50여명한테 ‘특별교육’을 하고 있는데, 반년 교육 뒤에도 보직을 얻지 못하면 특별교육을 받고 있는 간부들은 퇴출 위기에 놓인다. 이 때문에 노조 쪽은 회사가 정원 감축 숫자를 맞추려고 편법을 동원해 사실상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전 노조 쪽은 “정부 지침은 사실상의 정리해고”라며 “결국 현장 기술인력들 중심으로 인위적인 감축이 이뤄질 텐데 이는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재정부 관계자는 지침에 대해 “인원감축안을 올해 정원에 일단 반영하되 실제 축소는 자연 감소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희 최원형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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