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네트워킹 센터 ‘희망청’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린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메이데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밴드 폴라로이드의 거리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일하지 못하는 20대
홍대앞서 노동절 행사
‘우리 목소리 들리나요’
홍대앞서 노동절 행사
‘우리 목소리 들리나요’
임시 게시판에 그림꾼 둘이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인형 탈을 쓰고 길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던 한 아르바이트생이 지쳐, 길에서 앉아 쉬는 모습을 담았다. 맞은편 게시판에는 행인들이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 붙이고 있었다. “일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화장품이다.” “일은 지난달 카드값을 값기 위한 몸부림이다.”
1일 오후 서울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일에 대해 노래하고, 전시하고, 토론하는 행사가 열렸다. 제119돌 노동절을 맞아 서울 여의도 쪽에는 집회 함성이 가득할 즈음, 이곳에선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메이데이’라는 색다른 노동절 행사가 열린 것이다.
행사는 인디밴드의 거리 공연으로 이어졌고, 부근 찻집에선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등이 ‘당신에게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주제로 50여명과 함께 토론회도 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백수, 청년 인턴 등 취업난에 시달려온 20대들이 이날만은 즐거운 방식으로 ‘일’에 대해 수다를 떨었던 것이다.
이번 행사의 음악 공연 쪽을 기획한 김중렬(25)씨는 요즘 생수 배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하지만 공연기획자로 사는 꿈을 꾸고 있어, ‘지구정복 사기단’이라는 공연기획모임을 만들어 활동중이다. 김씨는 “문화적 일자리를 꿈꾸는 20대에게는 자리가 많지 않다”며 “저도 게임방이나 급식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5개월 전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고 있는 ‘김라흐’(29·별명)씨는 “일 안 하면 아무것도 안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 통념이 너무 불편하다”며 “‘꿈꾸는 백수’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이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전시한 ‘펭도’(27·별명)씨는 “모두들 똑같은 일자리만 꿈꾸는 모습이 답답하다”며 “20대 스스로도 다양한 상상력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청년실업 네트워킹 센터 ‘희망청’의 송지현 대표는 “지금은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노동절을 만들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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