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민단체 원로중진 5명 진단과 해법
모든 짐 노동자에 넘기면 사회적 갈등만 키워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 신뢰 얻을 기회 삼아야
모든 짐 노동자에 넘기면 사회적 갈등만 키워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 신뢰 얻을 기회 삼아야
“정부가 현시점에서 쌍용차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한겨레>가 극단적인 노사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쌍용자동차 사태와 관련해 김영호 유한대학교 총장,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이정우 경북대 교수,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이상 가나다순) 등 경제 및 시민사회계의 원로·중진 5명을 상대로 바람직한 해법을 들어본 결과 경찰력 투입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한결같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 인사는 또 노사 모두 정리해고 강행과 점거농성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피하고, 노·사·정이 사회 전체 차원에서 상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쌍용차 사태가 자칫 용산 참사 같은 최악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경제위기 속에서 당면 과제인 구조조정과 노사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국은 꼭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성 학장은 “정부가 노조에 대한 본때 보이기로 경찰력을 투입한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대립을 더욱 격화시킬 위험성이 높다”며 “정부는 최대한 인내하며 중재자 역할을 함으로써 오히려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총장은 “정부의 경찰력 투입은 노사 갈등의 화약고에 불을 지르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당장 7월 총파업을 격화시키고, 개별 기업 차원은 물론 경제나 사회 차원에서도 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정우 교수와 박원순 상임이사, 문국현 대표도 “공권력 투입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원로·중진 인사들은 또 쌍용차 경영 부실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려 대량해고를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쌍용차의 부실은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인수 당시 약속한 투자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는데 노동자들에게 해고 등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정리해고라는 게 마지막 수단인데, 경영진이 그 전에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교수도 “당사자간 충분한 협의나 해고회피 노력 등 정리해고의 4대 요건 이행이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총장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잘못한 뒤, 모든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안 맞고, 사회적 대립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학장은 “현 인원을 100% 유지하는 게 어렵다면 과거 대우차 구조조정 때처럼 정상화 이후 해고자를 우선적으로 재고용하는 등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사용자가 대량감원을 기업 회생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호 총장은 “정리해고를 통해 줄이는 인건비와 노조가 대안으로 제시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비용 절감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대량해고는 내수 위축을 불러 경제회복에도 도움이 안 되는 등 노동자는 물론 기업과 경제에 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실업자가 발생하면 정부가 어차피 실업급여 등 재정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럴 돈으로 오히려 기업을 망하지 않게 살리는 것이 낫다”며 “정부가 쌍용차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정우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이 과잉상태여서 해법이 쉽지 않지만 감원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노사와 채권단이 노동자도 살리면서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좀더 고민하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경영진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국현 대표는 쌍용차 해법과 관련해 “선진국처럼 지식경영 체제로 전환해 근로자와 회사의 경쟁력을 함께 높이자는 노조의 대안은 새로운 가치 창조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미래형 구조조정 방식”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하성 학장은 “쌍용차 사태는 개별 기업 차원으로 미룰 게 아니라 수천명의 고용과 지역경제, 협력업체 등의 생사가 달린 사회적 문제”라며 “정부가 금융사 부실 위험에 대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지원한 것처럼 쌍용차에도 적절한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교수는 “해고 대신 임금 삭감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종업원 출자를 하는 등 자동차산업이 살아날 때까지 시간을 버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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