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비정규직 보호]
추세대로 가면 한달 1만여명…애초 ‘과대포장’ 논란
그나마 상당수가 공공부문…“정부가 나서서 해고”
추세대로 가면 한달 1만여명…애초 ‘과대포장’ 논란
그나마 상당수가 공공부문…“정부가 나서서 해고”
비정규직법의 정규직 전환 조항이 발효된 지 7일로 일주일을 맞는 가운데, 이 조항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지난 1~3일 1222명으로 집계됐다고 노동부가 밝혔다. 이는 노동부가 ‘7월 해고대란설’을 제기하며 한 달에 6만~8만명이 계약 만료돼 해고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해 온 것과는 거리가 멀다.
노동부 집계를 보면, 실직자는 △1일 36개 사업장 476명 △2일 41개 사업장 124명 △3일 131개 사업장 622명으로 나타났다. 또 1~3일 실업급여를 새로 신청한 노동자 3971명 가운데 비정규직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2년 이상 계약직은 197명으로 집계됐다. 실업급여를 신청한 전체 계약직 근로자 708명의 27.8%에 해당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해고자 수는 지방 관서 근로감독관들이 업체를 찾아 집계한 것으로, 전체 비정규직 실직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시행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토대로, 노동부는 한 달에 6만~8만명, 노동계는 한 달에 3만~4만명의 기간제 노동자가 2년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만료자가 전원 계약 해지될 경우 하루 1000~2600명 해고될 수 있는데, 실제 해고자는 이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비정규직 해고자 가운데 상당수가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도 노동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정부가 오히려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계약 해지자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부와 한나라당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비판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비정규직 노동자 38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비정규직법 사용기간 조항의 시행 유예나 사용기간 연장이 ‘일자리의 질을 하락시킬 것’이라고 응답한 노동자가 54.5%이고,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자가 38.5%였다. 반면 ‘고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7%에 그쳤다. 또 정부의 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고 시의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89.4%에 이르렀다.
참여연대는 7일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이 장관은 비정규직법 보완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기간 연장, 실업대란 유포 등으로 법 시행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부문에서 대량해고가 집중되는 등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며 비정규직법 유예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남종영 이완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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