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기본권 제한…법률로 규정해야
내년부터 행정법규를 통해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겠다는 노동부의 방침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김재윤 민주당 의원 등이 질의한 입법조사 회답문에서 “정부가 현행 법률의 개정 없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행정입법을 할 경우에는 위헌 소지가 크다”며 “교섭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하는 것은 노동자와 노조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률에 근거해 규정해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부칙에서 기업 단위의 복수노조 허용을 올해 말까지 유예하되 이때까지 ‘노동부 장관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내년부터 고시나 예규, 행정규칙 등 행정법규를 통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유권해석에 따라 노동부가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조사처는 이 조항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한 규정도 아니고, 노동부 장관에게 교섭창구 단일화의 방법과 절차를 위임한 것도 아니라고 해석했다. 1997년 입법 때부터 지금까지의 논의 경과에 비춰 볼 때, 이 조항이 노동부 장관에게 행정입법을 위임한 것이 아니라 법률 시행을 위한 준비행위를 해야 할 국가의 책무 또는 정책 수립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판단이다. 노동부의 주장은 ‘과잉 해석’이라는 것이다.
또한 입법조사처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하위법령을 통해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사항은 따로 상위법령인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입법조사처는 △창구단일화 의무화 여부 및 방법과 절차 △교섭대표의 법률상 지위 등은 국민의 권리와 관련된 사항으로, 국회에서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부가 법을 개정하지 않고 교섭창구 단일화를 의무화하는 것은 ‘위헌적인 행위’라고 입법조사처는 밝혔다.
김재윤 의원은 “노동부가 추진하는 강제적인 교섭창구 단일화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위헌이라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해석”이라며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정법규를 통해 단일화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예정대로 내년부터 창구단일화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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