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강제적 ‘교섭 창구 단일화’…소수노조 숨쉴 ‘창문’ 없다

등록 2009-11-26 21:18수정 2009-11-26 22:34

노조법 무엇이 문제인가
노조법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 방안, 다수노조 권익만 챙기게 될 우려
직종별·비정규직 노조, 기존 교섭권마저 상실
헌법이 보장한 결사의 자유·단체교섭권 침해도




노조법 무엇이 문제인가

(상) 복수노조 허용

복수노조 허용 방안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결렬된 가운데, 노동부가 추진하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노동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1사1교섭 체제로, 사실상 강제적 창구단일화에 가깝다. 국회가 나서 노동조합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정부는 행정법규를 통해 창구단일화 절차를 마련한 뒤 내년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윤곽이 알려진 정부의 창구단일화 방안은 ‘자율적 창구단일화→과반수 대표제→공동 교섭대표단’ 등 3단계다. 일단 노조끼리 자율적으로 창구단일화를 하고, 노조끼리 합의하지 못할 경우 조합원 과반수를 가진 노조가 교섭권을 갖는다. 과반수 노조가 없을 때는 선거나 조합원 비율에 따라 공동 교섭대표단을 구성한다. 하지만 복수노조 금지 조항 때문에 하나의 노조만 활동한 지금까지의 조건을 고려하면, 3단계 방안은 사실상 ‘배타적 과반수 대표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 안팎에선 이런 정부 방안이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선 소수노조는 ‘식물노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는 “창구단일화가 시행되면 회사는 정규직 중심이나 주요 직군 중심의 복지 향상에 매달릴 것”이라며 “회사는 물론이고 다수노조가 비정규직 등 소수노조를 챙겨줄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수노조 허용 등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노사정 6자회의’ 대표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만나 인사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태희 노동부 장관,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영 한국경총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김대모 노사정위원장.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복수노조 허용 등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노사정 6자회의’ 대표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만나 인사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태희 노동부 장관,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영 한국경총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김대모 노사정위원장.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그동안 복수노조로 인정받아 교섭을 벌인 직종별 노조, 비정규직 노조 등의 경우 기존의 교섭권마저 빼앗길 수 있다. 현재 조직 대상이나 노동 형태 등이 다를 경우에는 판례에 따라 동일 사업장이라도 복수노조가 인정된다. 또 동일 사업장에 기존 노조가 있더라도 산별노조에 직가입해 교섭을 하는 우회로도 있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현행 복수노조 금지 체제 아래에서도 대한항공, 철도공사, 이젠텍, 동희오토 등 107개 사업장에서 ‘복수 교섭’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노조는 241개로 전체 노조의 4.9%이고, 조합원 수로 보면 전체의 10%인 16만6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창구단일화가 강제될 경우 복수교섭을 해오던 소수노조들이 다수노조에게 교섭권을 위임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조합원의 권익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박점규 전국금속노동조합 미조직비정규부장은 “비정규직 노조에게 창구단일화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교섭력이 떨어짐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낮은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에 대한 노사정 입장
복수노조에 대한 노사정 입장

노동 전문가들은 강제적 창구단일화가 기업별 노조 관행과 10%대의 낮은 노조 조직률로 대표되는 후진적인 노동 관행도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산별로 발전하는 노동운동을 기업별로 묶어두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노조 조직률을 높이려면 기업별 노조 관행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창구단일화가 그걸 막는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강제적 창구단일화가 헌법이 보장한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창구단일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의무화가 문제”라며 “교섭력 향상을 위해 노조들끼리 자연스럽게 창구단일화가 이뤄질텐데, 정부가 이를 강요하면서 위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24일 강제적 창구단일화는 기본권을 제한할 소지가 큰 만큼 관련 사항은 국회에서 법령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정부가 창구단일화를 의무화하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위헌 논란과 함께 소수노조의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되는 등 현장에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