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력 잃고 백기투항…차마 고개 들 수 없는 상태”
공공연맹·경기본부 등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요구
공공연맹·경기본부 등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요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복수노조 전면 허용에서 반대로 방침을 급선회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일부 산별노조가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내홍이 커지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은 지난 2일 성명을 내어 “한국노총이 벌인 총파업 찬반투표 등 투쟁 의지가 과연 진정성이 있었느냐”며 “정부와 사용자는 물론 정책연대 당사자인 한나라당에 무릎을 꿇은 백기 투항”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도 “현장 조합원들은 현재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며 “복수노조와 교섭권 자율 쟁취는 자주적 노조의 핵심이라고 교육했던 현장 간부들도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태”라고 지도부를 겨냥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은 2일 지역본부 의장이 모여 규탄 성명을 채택했으며, 화학노련과 부천지역지부 등도 잇따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해 중앙본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들은 “정책기조 변경은 대의원대회 결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독자적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연대투쟁을 벌이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미 공공연맹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또다른 한 축인 민주노총과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경총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한국노총이 한나라당 중재만 믿다가 협상카드마저 다 내줬다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 건마저 양보해 협상력을 스스로 상실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경총은 현재 복수노조 유예는 합의했지만,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규모와 시기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전격적인 승부수를 던졌지만, 오히려 한나라당의 수에 걸려들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다”며 “지금 협상의 목표는 장 위원장 살리기가 되고 말았다”라고 꼬집었다.
한국노총 일각에선 지도부 총사퇴 등을 통한 대대적 혁신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이달 중순으로 공표한 총파업 계획을 아직 공식적으로 접지 않은 상태인데, 지도부는 경총과의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총파업에 대한 태도를 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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