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의원 ‘노조 투쟁 대응전략’ 문건 공개
쟁의 찬반투표 개입·노조탈퇴 종용 정황도
쟁의 찬반투표 개입·노조탈퇴 종용 정황도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철도노조 파업 두 달 전인 10월 초 사실상 단체협약 해지를 미리 계획했음을 보여주는 내부문건이 나왔다. 이를 두고 ‘코레일이 단협 해지를 통한 노조 파업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16일, 코레일 인사노무실에서 10월 초 작성한 ‘전국 노경담당 팀장 회의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코레일은 처음부터 단협 해지로 노조를 압박하는 단체교섭 전략을 짰다. 코레일은 노조가 공사안(단협 개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노동위원회 조정 종료 후 쟁의행위에 돌입하는 경우에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하기로 해, 노조가 양보하지 않는 한 단협 해지를 기정사실화했다.
또 노조의 대응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조정과 교섭, 산발적인 투쟁이 지속되며 임단협이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 △조정·교섭 국면에서 노조가 파업 행위를 전개하는 경우 △노조의 소극적 양보 등 세 가지 ‘노사 갈등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첫 번째 시나리오로 전개되지 않도록 단협 해지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로 코레일은 단협 개정 문제를 두고 노조와 협상하던 지난달 24일 일방적으로 단협 해지를 통보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26일부터 지난 3일까지 파업을 벌였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도 사쪽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쟁의행위 찬반투표 대응’이라는 문건을 통해 일선 본부장과 팀장이 조합원 설득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 사이버 활동을 통한 파업 반대여론 조성, 현장순회 활동 및 직원 미팅, 관내 지방본부장과 지부장 설득 등의 실천사례를 제시했다.
코레일은 또 파업이 끝난 지난 7일 ‘조직 안정화를 위한 전국 소속장 회의’를 열어 노조원 186명을 탈퇴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웠으며, 구체적 방안으로 과장급의 조합비 일괄공제 중단, 탈퇴 권유, 보직 변경 등의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코레일이 단협 해지로 노조 파업을 사실상 유도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에 치밀하게 개입하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부당노동행위를 벌인 코레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레일은 “민주노총 등이 11월 연대투쟁을 결의하며 수순을 밟아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대책을 준비한 것”이라며 “공사로서 당연한 조처”라고 말했다. 또 부당노동행위 주장과 관련해 “조합 가입 범위에서 벗어난 관리자(과장급) 186명에 대한 대책을 세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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