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자동차·전자 등 대형사업장 29곳 실태조사
4년전 조사땐 113곳 적발하고도 처벌 ‘흐지부지’
노동계 “기준 완화·공동조사 배제…면죄부 우려”
4년전 조사땐 113곳 적발하고도 처벌 ‘흐지부지’
노동계 “기준 완화·공동조사 배제…면죄부 우려”
대법원이 지난 7월 현대자동차의 일부 사내하청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하자, 고용노동부가 4년여 만에 불법 사내하청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노동계 안팎에서는 사상 2번째인 이번 조사를 두고 벌써부터 미온적인 처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 6일부터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업종 7개 공장을 비롯해 전자 7개, 철강 5개, 조선 5개, 정보통신(IT) 5개 등 사내하청을 많이 쓰는 대형 사업장 29곳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박재완 고용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간접고용 자체를 완전히 규제하는 것은 총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을 방치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당위적 관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는 사내하청 문제를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손을 보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고용부 안에서는 이번 실태조사를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화두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와 연결짓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정확한 실태조사와 합당한 조처가 이뤄질지 미덥지 않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고용부는 지난 2004~2006년에도 451개 원청회사와 1479개 하청업체를 상대로 불법 사내하청 조사를 벌여 현대차 등 원·하청업체 113곳(5.9%)을 적발한 바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적발 업체 가운데 일부를 검찰에 고발했으나 단 한 곳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부의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그대로 적용할 경우 범법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게 당시 검찰의 논리였다.
그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고용부는 검찰의 논리를 반영해 2007년 4월 불법 사내하청을 판단하는 기준을 완화했다. 이전에는 하청업체의 실체가 있는지, 업무수행 및 노동시간 등과 관련해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지 등 6가지 기준 가운데 1가지라도 어기면 불법 사내하청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바뀐 기준은 6가지 기준을 10가지로 세분화하면서도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기준은 완화됐지만 지금 기준만 잘 지켜도 불법 사내하청이 크게 줄 것”이라며 “기업들이 법을 최대한 비껴가면서 사내하청을 쓰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해당 사업장이 속한 산별노조와의 공동조사를 주장해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번 조사가 기업들에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홍순광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국장은 “고용부가 이번에 나온 대법원의 판결 취지가 반영되지 않은 기존의 실태점검표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건 문제”라며 “불법 사내하청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의지가 있다면 산별노조와 공동으로 사업장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11월 초께 내놓을 예정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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