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업·특근해도 ‘월 60만원’
외출통제 등 인권침해도
외출통제 등 인권침해도
국내 대기업이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제도’(해투연수제)를 통해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외국인 연수생들의 노동을 값싸게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투연수제는 외국에 법인을 둔 한국 기업이 해외법인 노동자를 데려와 기술연수를 해주는 제도로, 애초 취지와 달리 외국인 노동자를 싼값에 고용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해이주민인권센터는 지난 3월 해투연수제로 입국해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했던 중국인 노동자 5명의 위임을 받아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를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고발했다. 고용부 통영지청은 8개월의 조사를 거쳐 이 사건을 16일께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14일 김해이주민인권센터와 고용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500~600명의 중국 현지법인 소속 연수생들을 데려와 용접 등의 일을 시켰다. 연수생들이 특근과 잔업을 포함해 하루 평균 12시간가량 일하고 받은 돈은 한달에 50만~60만원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됐다면 120만원 이상의 월급이 지급됐어야 한다.
회사 쪽은 “국외법인 소속 직원이라 그곳 임금기준에 맞춰 지급한다”고 설명했지만, 법원은 2004년부터 ‘해외연수생이라도 일을 시켰다면 국내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일관되게 내놓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해투연수생으로 8개월 동안 일한 뒤 지난해 6월 작업장을 이탈한 천위깡(22)씨가 회사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미지급된 587만원을 지급한다’는 합의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해투연수생들은 또 여권을 회사에 빼앗기고 기숙사 밖 출입이 제한되는 등 인권침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 쪽은 연수생의 이탈을 막으려고 연수비(급여)에서 매달 20만원을 강제로 다른 통장에 적금하도록 하고, 이 통장을 회사에서 관리하기도 했다.
해투연수생은 2000년대 초반 3만명에 달하다가 점차 줄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국내에 5500여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어느 기업에 있고,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송채경화 노현웅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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