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노동계, 근로기준법 개정안 놓고 맞서
내년부터 탄력근로 최대 1년단위로 시행 가능
내년부터 탄력근로 최대 1년단위로 시행 가능
고용노동부가 18일 노동자가 몰아서 일을 하고 그만큼 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정작 노동계는 “노동의 불안정성을 늘리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날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늘리고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를 새로 도입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동자가 일이 많을 때 몰아서 하고 그만큼의 시간을 일이 없을 때 쉬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40시간을 넘지 않는 한 사용자가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제도이다. 지금까지는 취업규칙만으로 2주 안에서 운용할 수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한달 단위로 늘리고,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하는 경우는 석달까지 가능하던 탄력근로를 1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내년 7월부터 새로 도입되는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도 비슷한 개념이다. 노동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거나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부분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대신 휴가로 적립해 놓고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물론 노사의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 고용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업무량이 많을 때 근로시간을 집중하고 적을 때는 휴일을 늘려 근로자의 삶의 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자가 몰아서 일을 하고 쉬게 되면 건강권을 해칠 뿐 아니라, 몰아서 일한 만큼 쉬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새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우선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긴 노동시간을 되레 늘리기만 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987년 당시 1년이던 단위시간을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가 우려돼 석달로 줄였는데 이를 되돌리는 건 퇴행이라는 게 노동계의 판단이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저축휴가제의 경우엔 각종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빼앗기기만 할 뿐, 노동자의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은 허울뿐이라고 반박했다. 정부·여당과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나 계절적으로 사업물량의 변화가 있는 사업장에서 (새 제도가) 무차별적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문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도 “노동시간 단축은 연장 및 휴일 근로 등에 대한 제한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며 “특히 노동자가 휴가를 간 사이 대체인력을 쓰다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번 개정안 가운데 연차휴가 사용촉진 통보 시점을 매년 10월1일에서 7월1일로 앞당기기로 한 대목도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여섯달이나 앞서 휴가계획을 세우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사실상 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만 덜어주려는 친기업 정책의 결정판”이라며 개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