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조사 응한적 없는데 누구를 조사했나”
원청 작업지시 등 현실 외면…객관성·신뢰 의심
원청 작업지시 등 현실 외면…객관성·신뢰 의심
고용노동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사내하청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조사가 ‘겉핥기’로 이뤄졌다는 노동계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불법 파견 여부에 대한 고용부의 판단 기준이 너무 협소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용부는 불법 파견을 판단하는 데 핵심 요소인 사내하청 노동자 조사와 관련해 설문과 면접을 동시에 실시했다고 밝혔으나, 조직적으로 조사를 거부한 전국금속노조 소속 사업장들의 경우 “도대체 누구를 조사했는지 공개하라”며 조사 결과를 불신하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 사업장 가운데 하나인 기아자동차 노조의 한 간부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노조에서는 고용부 조사에 응한 노동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고용부 조사를 믿을 수 없어 자체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경우 회사가 하청업체에 장소와 작업도구를 제공하고 작업지시를 하는데다, 하청업체와 소속 노동자가 단체협상을 할 때도 원청인 기아차 관리자가 협상장 근처에 상주하면서 지휘를 하는 등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어 ‘불법 파견’으로 봐야 한다는 게 노조의 견해다. 회사 쪽은 고용부 조사 직전에 일부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섞여서 일하는 작업장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하청 노동자에게 내려가는 작업지시서의 주체를 기아차에서 하청업체 이름으로 바꾸는 등 은폐에 나서기도 했다고 노조 쪽은 주장했다.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노조 차원에서 고용부 조사를 거부한 지엠(GM)대우차의 노조 간부도 “우리의 경우 원청과 하청 노동자가 혼재된 작업장은 없지만 실질적인 작업지시는 다 원청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근로감독관이 하청업체가 직접 골라준 노동자를 하청업체 사무실에서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 과정의 객관성이 의심받고 있다.
노동계는 실태조사 과정뿐 아니라 고용부의 판단 기준도 문제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불법 파견’ 여부를 판단할 때 △하청업체가 고유의 자본과 기술 등 경영상의 실체가 있는지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의 작업, 인사, 노무관리 등에 직접 지배·개입을 하는지 등 여러 요소를 참작하는데, 고용부는 ‘원·하청 노동자의 작업 혼재 여부’로 너무 좁게만 본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하청업체들 사이의 불법 파견 사실만 확인된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한 간부는 “블록 단위로 만들어진 배의 부분들을 하나로 조립하는 ‘내업’ 공정에서는 10개의 용접 과정이 있으면 4개는 원청 노동자가 하고 6개는 하청 노동자가 맡는 등 원·하청이 뒤섞여 일을 한다”며 “말도 안 되는 조사 결과”라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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