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지엠(GM)대우 비정규직지회 소속 황호인(농성자 중 왼쪽), 이준삼 조합원이 1일 오후 인천 부평구 갈산동 지엠대우 부평공장 정문 위 구조물에 올라 “GM대우는 비정규 해고노동자를 복직시켜라!”, “GM대우는 불법파견 중단하고 정규직화 실시하라!”라고 쓰인 펼침막을 건 채 농성하고 있다. 두 조합원이 올라간 정문 꼭대기 구조물은 지상 8~9m 높이다. 인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부당해고된 하청노동자 2명, 9m정문위 고공시위
4년째 복직요구…“21명 직접고용때까지 버틸것”
4년째 복직요구…“21명 직접고용때까지 버틸것”
1일 오전 6시20분 인천시 부평구 지엠(GM)대우차 공장 정문. 아직 동이 트기도 전에 어둠을 뚫고 두 명의 사내가 접이식 사다리를 펴고 정문 위 광고판에 올랐다. 높이 9m가량의 광고탑 철골구조물에 발을 딛는 순간, 황호인(40)씨의 머릿속에는 험난했던 지난 3년여 세월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2006년 5월 사내도급 업체인 ㅅ사 소속으로 지엠대우차 부평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공장 안에서 지게차를 몰고 각종 조립품을 나르는 게 그의 일이었다. 정규직 노동자에게서 현장교육을 받고 그들과 함께 일했으나 그에게는 ‘사내하청 노동자’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은 정규직의 절반을 갓 넘는 수준이었다.
이듬해 초부터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계약해지되기 시작했다. 그는 고용불안을 느끼는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그해 9월2일 노조를 결성했다. 그리고 2주 뒤 노조 부지부장을 맡은 그에게 해고 통보가 날아들었다. 입사 때 대졸 학력을 이력서에 써넣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가 입사할 때만 해도 하청업체 사장들은 “다른 노동자와 위화감이 생긴다”며 일부러 대졸 학력을 감출 것을 요구했다. 그해 말까지 그런 식으로 잘려나간 조합원이 40여명에 이른다.
황씨는 그 뒤 회사 서쪽 문 옆에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결국 웃은 건 회사 쪽이었다. 동료들이 부평구청 앞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철탑에 올라가 농성을 하던 2008년 1월 황씨도 부평역 앞 철탑에 올랐지만, 세상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개발이익의 공평분배를 요구하는 철거민이 망루에 오르듯, 황씨가 이날 같은 해고자인 이준삼(33)씨와 함께 광고판에 올라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것도 살기 위해서다. 남은 조합원 21명의 복직과 함께 원청회사인 지엠대우차가 직접 고용을 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황씨는 광고판 아래의 <한겨레> 기자와 한 통화에서 “비정규직에게는 안정된 직장도, 미래 설계도 없다”며 “정규직화가 이뤄질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조 지엠대우차지부 조합원들과 사회진보연대 회원 등 100여명은 이날 회사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어 불법파견 중단과 정규직화를 회사 쪽에 요구했다. 지엠대우차에는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이 없다는 고용노동부의 지난달 실태조사 결과가 부실 덩어리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노조 쪽이 두 농성자가 깔고 앉을 합판을 광고판에 올리려는 과정에서는 회사 쪽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 이어 지엠대우차 부평공장에서도 “진짜 사장이 고용하라”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인천/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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