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인사 선언’ 기자회견이 열린 2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참석자들이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으로 숨진 노동자들의 사진과 방진복을 앞에 둔 채 삼성과 정부가 적극적인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선언에는 보건의료 전문가와 법조계, 학계, 노동계 등 사회인사 536명이 참여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작가·법조·의료계 등 536명 ‘직업병 해결’ 공동선언
정부 진상조사·산재인정 촉구…‘무노조 경영’ 비판도
정부 진상조사·산재인정 촉구…‘무노조 경영’ 비판도
“…삼성전자의 처녀들은 하얀 우주복을 입고/ 독한 납용액과 1급 발암물질 벤젠과/ 날카로운 전자파와 방사선을/ 복숭아빛 발그란 몸으로 빨아들여/ 모든 것이 하얘져/ 핏속까지 하얘져….”(박노해 ‘삼성 블루’)
소설가 조정래씨와 시인 박노해씨 등 작가들을 비롯해 법조·의료·인권·여성·학계 인사 536명이 21일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아이(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 제조공장에서 일하다 각종 암과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을 대표해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과 김칠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 정문자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등 20여명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인사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에서 “삼성과 정부가 발뺌으로 일관하고 우리 사회가 이들을 외면하는 동안,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를 일구는 데 청춘을 바친 노동자들은 그 과정에서 얻은 질병으로 인해 정당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하나둘 스러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삼성은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 △정부는 즉시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신뢰성 있는 진상조사 및 관련 제도 개정에 나설 것 △국회는 진상조사를 강제하고 산재 및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제도 개선에 노력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삼성 직업병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주요 요인이 무노조 경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피해유족 증언에서 “삼성에 노조가 있어서 확실한 견제가 됐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도명 원장도 “(삼성이 벌이고 있는 자체 재조사는) 무엇을 어떻게 밝히려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며 “노조든 피해자든 (재조사 작업에) 참여할 통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삼성의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하다 각종 암과 백혈병, 림프종 등 희귀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지금까지 모두 104명이며, 이 가운데 1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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