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주40시간 노동·직업성 암 등 5개조항 추진
강제노동금지·단결권은 외면…미가입국 7곳뿐
강제노동금지·단결권은 외면…미가입국 7곳뿐
고용노동부는 지난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년에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 5개를 추가로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실업, 주 40시간 노동, 주휴(1주에 24시간 이상 쉴 권리), 직업성 암, 방사선 보호 관련 협약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정작 국제노동기구가 반드시 가입하도록 규정한 기본협약 8개 가운데 4개는 여전히 가입 계획을 세우지 않아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한국이 가입하지 않은 4개 협약은 단결권, 단체협상권을 규정한 87·98조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29·105조다. 국제노동기구 누리집을 보면, 22일 현재 이 4개 협약에 모두 가입하지 않은 나라는 전체 183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을 비롯해 중국, 브루나이, 피지, 몰디브, 마셜제도, 투발루 등 7개 나라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강제노동 금지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이유는 공익근무요원 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협약은 처벌로 위협하고 강요하는 모든 노동을 금지하면서 의무 군복무 등은 예외로 하고 있으나, 이는 “전적으로 군사적 성격의 작업”만을 의미한다. 군사적 성격의 작업을 하지 않는 공익근무요원은 국제노동기구의 시각에서 보자면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단결권, 단체협상권과 관련한 협약 87·98조에 가입하지 않는 데 있다. 한국이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는 5급 이상 공무원은 공무원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한 공무원노조법과 노조의 파업 때 형법의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관행 등이 협약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는 이런 법과 관행이 노동자의 단결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본다.
조창형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공무원노조법이 6급 이하 공무원에게만 조합 가입 자격을 주고 그중에서도 각종 교정직군과 인사 등의 업무 종사자들은 조합에 가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공무원 노동자의 단결권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도 2008년 “5급 이상의 공무원에게 자신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한 조합결성 권리를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서 집단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관행은 국제사회가 한국을 ‘노동탄압 국가’로 규정하는 주요한 이유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2006년에 “(기업들이) 업무방해 조항에 기반해, 노조원들이 자신의 요구사항과 권리를 단념하도록 만들기 위한 위협의 일환으로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독립적인 수사를 진행하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논평을 내어 “고용부가 노동자 권익보호를 한답시고 국제노동기구 협약 중 5개를 추가로 비준한다면서, 정작 핵심 협약인 87호와 98호에 대한 비준 요구는 여전히 묵살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한편으론 파견허용 대상을 조정(확대)하겠다니 어처구니없다”고 꼬집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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