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약개정 거부’ 전교조 약식기소…노조 “정식재판 청구 검토”
검찰이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고치지 않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약식기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해직자의 노조원 자격을 놓고 다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0일 “해직자를 조합원 자격에 포함하는 규약을 개정하라는 시정명령을 어긴 전교조를 기소 의견으로 지난해 10월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으며, 검찰은 12월22일 정진후 당시 위원장과 전교조를 각각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은 곧 이 사건에 대해 약식명령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지난해 4월 해직자는 조합에 가입할 수 없도록 하라는 시정을 명령했지만, 전교조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해직자에게 가입 자격을 주는 노조 규약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많다. 법원은 고용을 앞두고 있거나 해고됐다는 이유만으로 노조에 가입할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4년 구직자를 조합원에 포함시켰다는 이유로 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한 서울시장을 상대로 서울여성노조가 낸 소송에서 “‘근로자’에는 특정 사용자에게 고용돼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중인 자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합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조가 그 재량에 따라 규약으로 정할 문제이고, 행정당국은 노조의 이런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떤 개입도 하면 안 되며(2002년), 조합원이 해고됨으로써 자신의 단체 안에서 조합활동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반조합적 차별행위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1997년)”이라고 국제노동기구는 보고 있다.
이런 판례와 견해 등을 바탕으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20일 고용부 장관에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고용부가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곤경에 처한 곳은 전교조만이 아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일부 해고자가 조합원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노조 설립 신고가 반려된 뒤 아직까지 법외 노조로 남아 있다.
동훈찬 전교조 대변인은 “일제고사 거부 등으로 해직된 교사들에게 법원이 잇따라 무효 판결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조합원 자격을 배제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약식명령이 나오면 정식 재판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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