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정리해고 불만 노조원 소행”…경찰 수사
노사 “경찰개입 끌어내려는 불순한 의도” 반발
노사 “경찰개입 끌어내려는 불순한 의도” 반발
정리해고를 두고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서고 있는 한진중공업 노사가 인도를 앞둔 선박의 주타실 일부 시설이 파손된 것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회사 쪽은 지난 21일 오전 9시께 하청업체 직원이 부산 영도조선소 1안벽에 정박중이던 18만t급 벌크선 조타실의 레이더와 항법모니터 등이 파손된 것을 발견해 알려 왔다고 22일 밝혔다. 당시 조타실 안에는 조타실의 장비를 파손한 것으로 보이는 길이 1m 정도의 쇠파이프와 철판 등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사에 나선 영도경찰서는 이곳에서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3~4명으로부터 “지난 19일 오후 3시께 2명이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조타실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용의자를 좁혀 나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가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지만 자체 인지사건으로 분류해 수사를 하고 있다”며 “용의자가 검거되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재물 손괴 혐의 등으로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선주사가 발주해 4월 인도 예정인 이 벌크선의 일부 시설이 파손되자 회사 쪽은 정리해고에 불만을 품은 노조원들이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몰래 크레인을 이용해 벌크선에 올라가 조타실을 파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파손된 장비를 추가로 주문해 설치하는 과정에서 선박 인도가 예정일보다 늦어져 선주사 쪽에 거액의 연체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선박 파손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지난달 초 회사가 승강용 사다리를 모두 치워 버려 30m 높이의 선박에 오르려고 하면 100t짜리 크레인을 이용해야 하는데 크레인을 담당하고 있는 하청업체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원청업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하청업체에서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파업중인 노조원들한테 크레인을 내주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경찰 개입의 명분을 주지 않으려고 규찰대를 조직해 선박 등 영도조선소의 주요 시설에 24시간 외부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원들이 지도부의 지침과 규찰대의 통제를 벗어나 선박을 파손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노조 쪽은 “회사 쪽이 경찰의 개입을 이끌어내려는 불순한 의도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노조원들의 소행이라고 경찰 등에 흘리고 있다”며 “만약 경찰 조사에서 일부 노조원들이 노조 지도부의 지침을 거슬러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지면 해당 노조원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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