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돌려준 장소도 불분명
“내방에서”→“민원실서”
이후보자 보도뒤 말바꿔
“내방에서”→“민원실서”
이후보자 보도뒤 말바꿔
이채필 장관 후보자 금품수수 의혹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총무과장 시절 부하 직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경위는 여러모로 의문투성이다. 인사청탁 명목으로 돈이 오가고 노동부 안에서 좋지 않은 소문에 휩싸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이 후보자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해명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명확히 진실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핵심 쟁점은 돈을 돌려준 시점이다. 돈을 받고 나서 상당한 시일이 흐른 뒤였다면 이를 받을 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법적 판단이다. 이 후보자는 “오래 갖고 있을 이유가 없어 바로 돌려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돈을 건넨 김아무개씨(당시 총무과 별정직 6급)는 “돈을 곧바로 돌려받고 승진도 안 됐다면 부끄러워서라도 왜 주변에 하소연하고 이 후보자 쪽에 항의했겠느냐”며 “분명히 서너달 뒤였다”고 말한다.
돈을 돌려준 장소도 불분명하다. 이 후보자는 지난 9일 <한겨레>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 방에서 돌려줬다. (논란이 될 줄 알았으면) 인격모독이 되더라도 다른 사람을 입회시켜서 돌려줄 걸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도가 나간 10일 밤에는 “내 방으로 불렀는데 김씨가 안 올라와서 민원실로 내려가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돌려줬다”고 말을 바꿨다. 김씨는 “총무과장 방에 혼자 올라가 받았다”고 기억한다.
뇌물죄 성립엔 받은 금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는지 여부, 곧 ‘영득의사’가 관건이다. 그래서 법원은 금품 반환 시점, 반환을 위한 노력 등을 따져 판단한다. 대법원은 휘하 공무원에게 승진 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받았다가 6개월 뒤 돌려준 ㄱ 군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돈이 오간 상황 설명에도 의문이 든다. 이 후보자는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돈을 돌려줄 때 김씨한테 “이건 뭡니까”라고 물었더니 “좀 넣었습니다”라고 말하기에 그제야 현금이 들어 있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이 대목도 “민원실에 내려가 훈계를 하면서 돌려줬다”는 이 후보자의 나중 해명과는 배치된다. 김씨가 다른 직원들 앞에서 “좀 넣었습니다”란 말을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돈을 직접 받은 것으로 지목된 부인 하아무개씨의 설명도 달라졌다. 하씨는 9일 “집에서 직원을 만난 적이 없는데 (누구였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난다”며 “봉투였다면 돈이라고 생각해 당연히 안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0일에는 “총무과 남자 직원이 가져온 서류 봉투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고 이 후보자는 전했다. 반면 김씨의 부인은 “백화점에서 고급 화장품과 한지 상자를 산 뒤 현금을 넣어 하씨한테 ‘화장품 쓰시라’며 건네줬다”고 말했다.
별정직 6급이던 김씨가 승진을 원했던 건 민원실장 자리였다. 김씨는 “빈자리를 만들어놓고도 발령을 계속 안 내고, 주변에선 ‘형님이 승진하는 건데’라고들 하니까 애타서 대출까지 받아 돈을 줬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몇달째 소식이 없어 ‘돈이 적었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도 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민원실장은 일반직 5급 사무관 자리라 애초 별정직은 승진 대상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노동부 직원은 “당시 직원들 사이에 이 사건에 대한 풍문이 퍼져 있었다”고 전했다. 돈을 몇달 뒤 돌려준 게 사실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소문 자체만으로도 인사를 담당하는 총무과장으로서 처신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황예랑 황춘화 기자 yrcomm@hani.co.kr
이와 관련해 한 노동부 직원은 “당시 직원들 사이에 이 사건에 대한 풍문이 퍼져 있었다”고 전했다. 돈을 몇달 뒤 돌려준 게 사실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소문 자체만으로도 인사를 담당하는 총무과장으로서 처신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황예랑 황춘화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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