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타임오프·복수노조로 위기감 고조
“노동법 재개정 없인 내년선거까지 반한나라”
“노동법 재개정 없인 내년선거까지 반한나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반한나라당’ 깃발 아래 뭉쳤다. 양대 노총이 그동안 비정규직법 시행 등과 관련해 부분적으로 ‘정책공조’를 한 적은 있지만, ‘정치공조’에 나선 것은 노동운동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4·27 재보선’이 첫 무대였다. 두 노총 위원장은 지난 4월 중순,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며 공동행동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선거나 노동정책에서 민주노총이 진보정당과 연대를 해왔다면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 가까웠다. 하지만 지난해 타임오프(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등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정부와 한나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특히 올 2월 한국노총에서 ‘개혁파’로 꼽히는 이용득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한국노총의 ‘반한나라당’ 분위기는 강해졌다. 이 위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과 맺은 정책연대는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며 정책연대를 파기했다.
그만큼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동계에서 민감한 문제다. 한국노총은 산하 노조 가운데 80%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총 소속 30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전임자 수가 타임오프 시행 뒤 4분의 1가량 줄었다”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타임오프제의 경우 노조 전임자의 상급단체 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는 산별노조를 부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두 제도를 강행한 것은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노조 조직률이 10.1%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조직된 노동자의 힘이 더 약해지면 노동유연화(해고나 비정규직 확대) 등 친기업적 정책이 전면화할 것으로 노동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과 ‘반한나라당’ 정서가 맞물리면서, 노동계는 진보정당뿐만 아니라 민주당까지 연대의 폭을 넓히고 있다.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당과 두 노총은 복수노조 교섭창구와 타임오프 문제를 노사 자율에 맡기는 등 5개 조항의 노조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9일에는 야당과 양대 노총 주최로 노조법 재개정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도 열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법 재개정을 놓고 사회적 대화가 시작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한나라당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나라당 다수 의원들은 “노조법 재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인 만큼, 당분간 두 노총의 ‘반한나라당’ 공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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