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다가도 식사때면 조선소 뒤 밥집서 ‘해후’
해고자 “만남 어색해말고 같이 가자 부탁 해야”
해고자 “만남 어색해말고 같이 가자 부탁 해야”
싸울 때 싸우더라도 밥은 먹어야 한다.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
플래카드(우리회사 우리가 지키고, 우리가 살린다)를 내건 영도조선소 본관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조선소 앞 유일한 밥집 골목이 있다. 문을 닫은 여인숙 옆엔 동신식당이 있고,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파는 할머니 식당이 있다. 냉면, 칼국수, 분식집 등 작은 밥집들이 오밀조밀 붙었다. 정리해고된 조직원 상황실은 이 골목 뒷편에 구했다.
집회 충돌을 한 날도 이 골목에서 해고자와 비해고자가 같이 밥을 먹는 건 변함없다. “회사식당이 있지만 반찬이 별로인 날엔 나왔다”는 말처럼 12시가 넘은 점심. 파란 작업복을 입고 조선소에서 나온 직원들은 골목으로 찾아왔다.
해고자들은 장맛비를 피하고, 잠을 자고, 모여서 회의를 하는 이곳에서 “기숙사 같은 층 사람끼리” 순번을 정해 먹는다. 조선소 배에서 10년동안 도장칠을 했던 해고자 이정숙(43)씨는 “가까운데서 된장찌개 같은 거를 주문하면 김치는 그냥 준다”며 나가서 돈주고 먹지 말고 밥먹고 가라고 멀리 있는 밥집을 찾으러 가는 조합원을 부른다. 서로 싸우다 밥 먹을때는 여기서 함께 봐야하는데 좀 어색하지 않냐는 질문에 전기원(한진중 정리해고 조합원)씨는 “그런 걸 어색해 가지곤 안 된다”고 한다. 자기 마음 추스려가지고 어쨌든간에 같이 가자고 부탁해야 된단다. “우린 해고 된 입장이니까요. 붙을 땐 저거도 우리도 인정사정 없이 붙어야 하는 부분이고. 상황 해제 되면 또 마, 사람 대 사람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 그냥 그리 대해야죠 뭐... ” 전씨는 스티로폼 그릇에 담긴 시래기국을 훌훌 마셨다. 한편, 검은 옷을 입은 앳된 얼굴의 용역들은 골목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횡단보도 앞 편의점에서 800원짜리 빵과 우유와 콜라캔으로 끼니를 때웠다. 조소영 피디azuri@hani.co.kr
해고자들은 장맛비를 피하고, 잠을 자고, 모여서 회의를 하는 이곳에서 “기숙사 같은 층 사람끼리” 순번을 정해 먹는다. 조선소 배에서 10년동안 도장칠을 했던 해고자 이정숙(43)씨는 “가까운데서 된장찌개 같은 거를 주문하면 김치는 그냥 준다”며 나가서 돈주고 먹지 말고 밥먹고 가라고 멀리 있는 밥집을 찾으러 가는 조합원을 부른다. 서로 싸우다 밥 먹을때는 여기서 함께 봐야하는데 좀 어색하지 않냐는 질문에 전기원(한진중 정리해고 조합원)씨는 “그런 걸 어색해 가지곤 안 된다”고 한다. 자기 마음 추스려가지고 어쨌든간에 같이 가자고 부탁해야 된단다. “우린 해고 된 입장이니까요. 붙을 땐 저거도 우리도 인정사정 없이 붙어야 하는 부분이고. 상황 해제 되면 또 마, 사람 대 사람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 그냥 그리 대해야죠 뭐... ” 전씨는 스티로폼 그릇에 담긴 시래기국을 훌훌 마셨다. 한편, 검은 옷을 입은 앳된 얼굴의 용역들은 골목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횡단보도 앞 편의점에서 800원짜리 빵과 우유와 콜라캔으로 끼니를 때웠다. 조소영 피디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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