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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4대보험·근로법 회피…악덕업체 뺨친 고용부

등록 2011-08-17 10:07

체임 민간조정관 163명 ‘근로계약 대신 위촉계약’
개인사업자 분류돼 유급휴가 등 적용대상 안돼
박수정(가명)씨는 지난 3월부터 고용노동부에 채용돼 한 지방고용노동청의 지청 민원실에서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월~금요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지청 소속 근로감독관들의 지휘를 받으며 기본적인 상담 업무는 물론 사업주를 직접 만나 체불임금을 해결하기도 한다. 하루 상담 사례비로 6만원을 받고, 체불임금 사건을 해결하면 한 건당 1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박씨는 “일은 힘들지만 체불임금 탓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는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월차·생리휴가 등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고용부와 위촉계약을 맺어서 사업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청에서 같은 일을 하는 이은미(가명)씨도 “월차가 없어 아프거나 일이 있을 때 휴가를 쓰면 하루 일당을 받지 못한다”며 “고용부에서 일하는데 4대 보험과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 된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항의하고 싶지만 계약직이라서 말을 꺼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15일 고용부 자료를 보면, 박씨와 이씨처럼 체불임금 민원을 해결해주는 민간 전문가들이 전국 43개 지청에 모두 163명이 고용돼 있다. 체불임금 사건이 늘어나 근로감독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고용부는 지난 3월부터 민간 전문가를 채용해 ‘체불제로서비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며 계약기간은 올해 12월까지다. 고용부는 수차례 홍보자료까지 내가며 민간 전문가들이 체불임금 민원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위촉계약직이라는 이유로 4대 보험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못 받고 있어, 사회보험 가입 등을 감독해야 할 주무부처인 고용부가 앞장서 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부가 근로기준법 등을 회피하기 위해 근로계약이 아닌 위촉계약이라는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민간기업에서는 이런 사례가 빈번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나 고용부 행정해석에서도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노동을 제공했다면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 민간 전문가들은 업무 내용에 비춰 봤을 때 당연히 근로계약 관계인 만큼, 사회보험과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고용부가 위촉계약을 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처음엔 개인에게 체불임금 업무를 위탁하는 것으로 사업을 설계해 위촉계약 방식을 선택했는데, 실제 업무를 하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어 내년에는 근로계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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