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패널 연구 등 장기과제 다른기관 이전
원장 22개월째 공석…연 30건 정부 용역도 끊겨
원장 22개월째 공석…연 30건 정부 용역도 끊겨
사쪽의 단체협약 일방 해지와 이에 맞선 노조의 파업에서 비롯된 정부의 한국노동연구원 ‘옥죄기’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국책 노동연구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 하나뿐인 노동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이 12년째 해오던 사업이 하루아침에 다른 기관으로 넘어가고, 원장 자리도 1년10개월째 공석이다.
5일 고용노동부와 노동연구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미경 민주당 의원에게 낸 자료를 보면, 고용부는 연구원이 1998년부터 줄곧 맡아온 ‘한국노동패널’ 사업을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으로 넘겼다. 한국노동패널은 표본으로 선정한 5000가구를 대상으로 해마다 경제활동 등 노동시장 전반을 추적 조사하는 사업이다. 표본집단을 계속 관찰해야 하는 패널조사는 전문성과 연속성이 가장 중요해, 중간에 조사기관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업 주체가 갑자기 바뀌면서 노동패널 연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2년차 노동패널은 올 2월 학술대회를 통해 자료를 보정한 뒤 6월 최종 결과물이 나왔어야 하는데, 지금껏 학술대회도 열리지 않고 있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업무를 맡게 돼 시간이 촉박했다”며 “11월에 학술대회 대신 워크숍을 열고 최종 결과물은 내년 초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의 일자리 나누기 사업 등을 담당하던 ‘고성과작업혁신센터’와 ‘임금직무혁신센터’도 지난해 노사발전재단으로 넘어갔다. 연구기관이 아닌 노사발전재단은 연구 업무에서 손을 뗀 채 컨설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부는 노동연구원에 해마다 30여건씩 주던 정부 용역도 대부분 중단했다. 노동연구원의 고용부 용역 수주 현황을 보면, 2008년 32건, 2009년 36건에서 지난해 0건, 올해 2건으로 줄었다. 노동연구원의 용역이 사실상 끊기면서, 특정 교수에게 1년에 4~5건의 고용부 용역이 몰려 노동연구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장 공석 사태도 길어질 조짐이다. 국책연구기관의 기관장들을 인선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관계자는 “노동연구원이 정부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원장 선임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경 의원은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노동연구원을 탄압하고,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국책 노동연구까지 차질을 빚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용역 수주와 국책 연구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