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시 구로구 보건소 방문간호사 최아무개씨가 구로동 김재정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해 혈압을 재고 있다. 최우리 기자
10개월 되면 재계약, 23개월 되면 해고…
취약계층 찾아 건강관리
지자체들 예산 핑계로
퇴직금·정규직 전환 외면 “고용불안에 늘 시달려”
“정들자마자 이별”
간호사도 환자도 불만 “아침 안 드셨어요? 혈당이 낮아요. 어서 식사하세요.” 24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한 다세대주택을 찾은 간호사 최아무개(48)씨가 김재정(87) 할아버지에게 살갑게 말을 건넸다. 김 할아버지는 6년째 대장암과 폐암 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는 1주일에 한번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할아버지 집을 찾아 혈압과 혈당을 재고 운동과 식단 관리를 돕는다. 김 할아버지가 “친딸만큼 좋다”고 한껏 추어올린 최씨는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을 진행하는 구로구 보건소에 고용된 방문간호사다. 2007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시작한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을 통해 김 할아버지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이 방문형 의료서비스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전국적으로 2500여명의 간호사들이 1명당 1년에 약 400가구, 하루 6~7가구를 찾아 간호하고 있다. 그러나 최씨는 12월부터는 김 할아버지를 돌보지 못한다. 구로구와 맺은 10개월짜리 근로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최씨의 고용주인 구로구청은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최씨를 고용하고 올해 1~2월은 실업급여를 받으며 쉬게 했다. 쉬는 기간을 포함해 일을 시작한 지 23개월이 되는 12월9일이 되면 고용계약이 완전히 끝나 최씨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의 자료를 보면, 일부 간호사를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중구와 사업 자체를 외부기관에 위탁하는 강남구·송파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울시 구청들은 270여명의 간호사들을 10개월 단위로 계약하거나, 총 근로기간이 23개월을 넘지 않게 계약하고 있다.
이런 변칙적 근로계약은 구청이 예산 부족을 핑계로 간호사의 연속·장기 고용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청은 근로기간이 1년이 되면 퇴직금이 발생하고, 2년을 채우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로구 보건소 관계자는 “예산이 국비·시비·구비로 책정되는데 퇴직금을 주기엔 예산이 빠듯하다”며 “구의회 감사에서 지적을 받아 내년 예산에는 퇴직금을 포함해 예산을 신청한 상태지만 채용기간이 23개월을 넘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메뚜기식 고용’에 대해 간호사와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씨는 “고용이 불안한 것도 문제지만 10개월 동안 정들었던 분들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구청의 단기고용 방침 때문에 5년 동안 4명의 간호사를 거친 김 할아버지도 “매년 1~2월이 되면 날씨가 추워져 몸도 더 아픈데 간호사가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상구 진보신당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민주당이 2015년까지 비정규직을 현재의 3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하지만,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줄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최우리 기자 ehot@hani.co.kr
지자체들 예산 핑계로
퇴직금·정규직 전환 외면 “고용불안에 늘 시달려”
“정들자마자 이별”
간호사도 환자도 불만 “아침 안 드셨어요? 혈당이 낮아요. 어서 식사하세요.” 24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한 다세대주택을 찾은 간호사 최아무개(48)씨가 김재정(87) 할아버지에게 살갑게 말을 건넸다. 김 할아버지는 6년째 대장암과 폐암 치료를 받고 있다. 최씨는 1주일에 한번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할아버지 집을 찾아 혈압과 혈당을 재고 운동과 식단 관리를 돕는다. 김 할아버지가 “친딸만큼 좋다”고 한껏 추어올린 최씨는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을 진행하는 구로구 보건소에 고용된 방문간호사다. 2007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시작한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을 통해 김 할아버지와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이 방문형 의료서비스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전국적으로 2500여명의 간호사들이 1명당 1년에 약 400가구, 하루 6~7가구를 찾아 간호하고 있다. 그러나 최씨는 12월부터는 김 할아버지를 돌보지 못한다. 구로구와 맺은 10개월짜리 근로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최씨의 고용주인 구로구청은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최씨를 고용하고 올해 1~2월은 실업급여를 받으며 쉬게 했다. 쉬는 기간을 포함해 일을 시작한 지 23개월이 되는 12월9일이 되면 고용계약이 완전히 끝나 최씨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의 자료를 보면, 일부 간호사를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는 중구와 사업 자체를 외부기관에 위탁하는 강남구·송파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울시 구청들은 270여명의 간호사들을 10개월 단위로 계약하거나, 총 근로기간이 23개월을 넘지 않게 계약하고 있다.
이런 변칙적 근로계약은 구청이 예산 부족을 핑계로 간호사의 연속·장기 고용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청은 근로기간이 1년이 되면 퇴직금이 발생하고, 2년을 채우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로구 보건소 관계자는 “예산이 국비·시비·구비로 책정되는데 퇴직금을 주기엔 예산이 빠듯하다”며 “구의회 감사에서 지적을 받아 내년 예산에는 퇴직금을 포함해 예산을 신청한 상태지만 채용기간이 23개월을 넘기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메뚜기식 고용’에 대해 간호사와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씨는 “고용이 불안한 것도 문제지만 10개월 동안 정들었던 분들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구청의 단기고용 방침 때문에 5년 동안 4명의 간호사를 거친 김 할아버지도 “매년 1~2월이 되면 날씨가 추워져 몸도 더 아픈데 간호사가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상구 진보신당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민주당이 2015년까지 비정규직을 현재의 30%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하지만,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줄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최우리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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