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밤샘노동’ 개선 지적
선진국은 100년전 금지
정부도 “폐지해야” 동의
현대차 노사교섭이 관건
선진국은 100년전 금지
정부도 “폐지해야” 동의
현대차 노사교섭이 관건
자동차업체에서 특히 장시간 노동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밤샘노동’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정리해고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현대·기아·한국지엠(GM)·르노삼성 등 대부분의 완성차업체에서 ‘주야 2교대’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노동자들은 사람들이 잠을 자는 새벽에도 일을 한다. 우리나라 최대 자동차업체인 현대차의 경우 주간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50분까지 근무하고, 야간조는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밤을 새워 일한다. 오전 6시까지가 원래 근무시간이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2시간(잔업)을 더 일한다. 현대차의 임금체계가 시급제여서, 많이 일할수록 많이 벌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장시간 야간노동으로 인한 만성피로, 수면장애, 소화기질환 등으로 건강상태가 나쁘고 가족관계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수면학회는 “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가 주간 근무만 하는 노동자보다 평균수명이 13년 짧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선진국들은 이미 100년 전부터 야간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자동차부문만 봐도, 독일·프랑스·일본·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가 주간 2교대나 3교대를 실시해 밤샘노동을 없앴다.
밤샘노동을 없애야 한다는 데에는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주야 맞교대는 지금의 인력을 ‘풀가동’하는 방식으로, 자동차산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여지가 적고 근로자들의 능력개발도 어려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완성차업체의 생산시스템을 부품업체가 그대로 따라가는 구조여서 밤샘노동에 따른 장시간 노동은 자동차산업 전반에 퍼져 있다.
자동차산업의 밤샘노동 문제 개선은 현대자동차 노사의 교섭에 달려 있다. 부품업체들은 현대차 등 원청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노사 자율교섭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나마 현대차가 완성차 가운데 논의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미 10년 전부터 밤샘노동을 없애는 ‘주간 연속 2교대’ 도입 논의를 시작했다. 주간 연속 2교대는 단순히 근무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임금·노동시간·일자리·노동강도·물량확보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자동차산업과 노사관계에서 일대 ‘혁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05년 “주간 연속 2교대를 시행한다”고 합의한 뒤 해마다 조금씩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이번에 새로 당선된 문용문 현대차 노조위원장도 “비인간적인 심야노동과 장시간 노동부터 없애겠다”고 밝혀, 앞으로 이뤄질 노사 대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