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조사단 “매립 증거없어” 최종결론
환경단체 “토양시추 부실” 재조사 요구
환경단체 “토양시추 부실” 재조사 요구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 결과, 땅속 토양에서 고엽제와 관련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공동조사단은 과거 이곳에 고엽제가 매립됐다는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짓고 퇴역 미군 스티브 하우스의 폭로 이후 7개월여에 걸친 조사를 마무리했다.
한국 환경부와 전문가, 미군이 참여한 공동조사단은 29일 오후 경북 칠곡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엽제 매립 추정 지점의 지하수 수질과 기지 밖의 토양·하천 퇴적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기지 내 헬기장 구역과 디(D)구역, 41구역, 스티브 하우스가 지목한 지역 등 86개 지점의 토양 시료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든 지점에서 고엽제 성분인 2,4-D나 2,4,5-T가 나오지 않았다. 고엽제 불순물인 2,3,7,8-TCDD의 경우 한국 쪽 분석에서는 확인되지 않았고 미국 쪽 분석 결과 2개 지점에서 각각 7.44pg/g, 0.57pg/g 검출됐다. 이는 미국의 주거지역 권고 기준(1000pg/g)의 100분의 1 이하여서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조사단은 밝혔다. 다만 일부 지점에선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을 비롯해 비소·톨루엔·린덴 등이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공동조사단은 “매립 의혹 지역에 대한 지구물리탐사와 토양시추조사 결과 드럼통이 매립된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공식기록을 보면 1968년 380드럼의 고엽제가 한국으로 수송돼 한국 육군에 의해 비무장지대(DMZ)에서만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토양조사의 경우 암반을 핑계로 1m나 3m 정도만 시추한 곳도 있는 등 조사방법이 고엽제 의혹을 밝히는 데 미흡했다”며 “조사단을 새롭게 구성해, 정밀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정인철 녹색연합 평화행동국장도 “1968년 고엽제가 한국으로 수송됐다는 것을 미군이 처음으로 인정한 만큼, 수송 과정과 사용량 등 관련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하는데 이번 조사는 미군 중심으로 이뤄져 한계가 많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