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대학 중 4곳 복수노조
‘회사쪽 대변’ 우려 목소리
‘회사쪽 대변’ 우려 목소리
지난해 생활임금 쟁취를 요구하며 공동투쟁을 벌였던 대학 청소노동자들에게 의외의 복병이 생겼다. 지난해 7월부터 대학마다 생긴 또다른 노동조합이다. 노동자들은 복수노조 때문에 노-노 갈등이 생길까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18일 찾아간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학생회관 앞에는 “공공운수노조는 또다시 학교를 무법천지로 만들려고 하는가”라는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지난해 점거농성을 통해 청소노동자 노동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홍익대 분회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자보는 지난해 8월 새로 만들어진 노조가 붙인 것이다. 홍익대 경비노동자 68명 가운데 반장급 관리자 등 절반이 넘는 40여명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노조는 지난해 10월께 하청업체와 단체협상을 맺었다는 사실을 노동자들에게 홍보했다. 이 하청업체에는 공공운수노조 홍익대 분회 조합원 26명이 일하고 있지만, 업체 대표는 이들의 교섭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김태완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지난해 복수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하청업체 대표들과 집단교섭을 벌이고 있는 5개 대학 가운데 고려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에 복수노조가 생겼다. 5개 청소·경비 하청업체가 있는 연세대의 경우 노조가 2개 더 생겼다. 이 때문에 공공운수노조 연세대 분회는 지난해 조합원이 370여명이었지만 현재 220여명으로 줄었다. 김경순 연세대 분회장은 “새로 생긴 노조에서 ‘우리는 투쟁도 하지 않고 조합비도 싸다’는 이유로 신규 채용자를 비롯한 조합원을 끌어가고 있지만, 이 노조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교섭 대상 노조가 2개 이상일 경우 조합원이 과반이 넘는 노조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대표 교섭하거나, 모든 노조가 자율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번 집단교섭의 경우 지난해 맺은 단체협상에 따라 자율교섭 형태로 이뤄지고 있지만, 회사 쪽에서 언제 입장을 바꿀지 모르는 상태다.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의 한 간부는 “새로 생긴 노조에 주로 관리자급이 가입한 만큼, 회사 쪽에 가까운 성향일 것으로 보인다”며 “어렵게 일군 민주노조의 투쟁 성과가 복수노조로 사라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고려대 등 6개 사업장에서 청소·경비·시설 일을 맡고 있는 12개 하청업체 대표자들과 노동자들이 집단교섭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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