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사건 상고심 선고의 승소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이 땅의 비정규직 문제를 모두 날려버리자’는 뜻으로 색색깔의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국 사내하청 대부분 ‘불법’ 가능성
컨베이어시스템 사용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부문 등 산업 전반 영향 끼칠듯
컨베이어시스템 사용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부문 등 산업 전반 영향 끼칠듯
23일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 사업장’이라는 점이 법리적으로 명확해져, 80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하청업체가 생산시설이나 기술력 등을 갖추지 않은 채 사람만 투입하는 이른바 ‘인력도급’이 사실상 불법파견이라는 법원의 이번 판단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서비스·공공부문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는 불법파견” 쐐기 2004년 고용노동부에 이어 이날 대법원도 불법파견을 인정하면서 현대차는 법률적으로 불법파견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날 승소 판결을 받은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36)씨뿐 아니라 현대차 아산공장 김준규씨 등 사내하청 노동자 4명이 낸 소송에서도 서울중앙지법에 이어 서울고법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줘,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 외에 현대차 하청 노동자 1900여명도 2010년 11월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낸 상태다.
특히 현대차가 2004년 고용부의 불법파견 판정 뒤 적법한 도급으로 전환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9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또다시 불법파견으로 판정하면서 자동차 생산시설은 제작공정의 특성상 사내하청이 아예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법원이나 노동위원회 결정을 보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이뤄진 현대차의 경우 적법도급이 불가능하다”며 “계속해서 불법을 저지를 생각이 아니라면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현대차 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올해 핵심 투쟁과제로 선정했고,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대규모 신규채용이 필요한 만큼 불법파견 상태를 해소해야 하는 현대차로서는 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피해 가기 힘든 상황이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날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와 함께 직접 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 산업 전반에 영향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자동차·전자·철강 등 작업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제조업은 물론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자동차 조립·생산 작업은 대부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 방식으로 진행되고, 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의 생산시설을 이용하며 작업지시서를 보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하청업체의 고유 기술이나 자본 등이 업무에 투입된 바 없다”는 점을 파견적 요소로 꼽았다.
이 사건의 원고 쪽 대리인인 고재환 변호사는 “민법상 도급이라는 것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관계인데, 현대차의 하청업체들은 생산시설이나 고유의 기술력 없이 사람만 투입해 중간에서 이윤을 내는 인력파견 성격을 갖고 있었다”며 “법원이 이를 사실상 불법파견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사내하청은 인력도급 형태가 대부분인 만큼, 불법파견으로 판정날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 자료를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 중 41.2%(1939곳)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희 금속노조 대변인은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는 노동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 파견과 도급의 기준을 좀더 엄격하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울산/신동명 기자 dand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공천위-비대위 4시간 기싸움 끝에 ‘도로 한나라당’
■ 새누리 ‘광우병 파동’ 농림부장관 정운천 공천
■ 한명숙 “투신사건 송구” 사과
■ 이동관 “내 시체 밟고 넘어라” 누리꾼 “축구화…”
■ ‘해품달’ PD도 “파업 적극지지, 사쪽은 곡해 말라”
■ 공천위-비대위 4시간 기싸움 끝에 ‘도로 한나라당’
■ 새누리 ‘광우병 파동’ 농림부장관 정운천 공천
■ 한명숙 “투신사건 송구” 사과
■ 이동관 “내 시체 밟고 넘어라” 누리꾼 “축구화…”
■ ‘해품달’ PD도 “파업 적극지지, 사쪽은 곡해 말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