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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대기업노조 이기주의라는 꼬리표 이번엔 떼고 싶다”

등록 2012-07-11 20:38

문용문 현대차 지부장 인터뷰
밤샘노동 없앤 주간2교대와
불법파견자 정규직화가 핵심
하청사에 적정단가 보장 등
재벌기업 책임도 압박할 것
문용문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문용문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지난 7일 울산의 현대차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문용문(사진)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피곤해 보였다. 이날 지역 언론에는 ‘이번 파업은 정치파업’이라는 회사의 입장이 담긴 기사가 쏟아졌다.

현대차 노사는 밤샘노동 폐지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현안을 두고 맞서왔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굵직한 쟁점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최소 1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비정규직은 900만명(정부 집계 600만명)에 이른다. 현대차 조합원 4만5000여명의 이해관계도 따져야 하고 사회적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문 지부장의 어깨는 무겁다.

-밤샘노동을 없애는 주간연속 2교대제가 핵심 쟁점이다. 법적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초과노동(잔업·철야 등)을 줄이자는 것인데, 임금이 지금보다 삭감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임금 문제는 잘못된 임금체계를 바꾸자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 시급제는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왔다. 33년 일한 노동자의 기본급이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돈을 더 벌려고 잔업·주말특근·철야 등 죽도록 일만 했다.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2678시간이고, 3000시간 넘게 일하는 노동자만 5148명이다. 월급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노조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등에 대한 조합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강도와 임금을 놓고 본다면, 조합원들은 어느 쪽을 양보할 수 있나?

“몇차례 설문조사 등의 방식으로 조합원 여론을 확인했다. 심야노동 철폐와 임금보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를 근거로 노조는 지금보다 노동강도를 30UPH(시간당 생산 대수, 현재 현대차 울산·아산공장의 UPH는 402가량임) 올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인력충원이 필요하다. 지금은 주·야간 10시간씩 일을 하는데, 이것을 주간 1·2조 8시간씩으로 줄이면 1년에 약 32만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 쪽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생산목표가 189만2254대인데 올해 194만5000대로 잡혀 있다. 5만대 이상을 더 생산해야 한다.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물량을 맞추기 위해 토·일요일 특근이 더 많아지는 등 장시간 노동 개선이 어려워진다. 자동차 생산라인을 새로 만들어,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신규채용은 청년실업 해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현대차의 순이익은 19조4588억원이다.”

-회사는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울산공장 편성효율이 평균 50%대라고 한다. 이는 50명이 일을 할 수 있는 작업라인에 100명이 투입돼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노조는 낮은 편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표준맨아워(man-hour, 한 사람이 한 시간에 하는 일의 양)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표준맨아워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주간연속 2교대와 연계해서는 안 된다. 표준맨아워는 노동강도와 구조조정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등 현장에서 굉장히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다. 이걸 연동하면 노동시간 단축은 죽어도 못한다. 주간연속 2교대를 먼저 실시한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맨아워 기준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불법파견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도 큰 쟁점이다. 정규직 노조 요구안이 충족되면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투쟁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이상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 현대차에 있는 1만명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차에는 다양한 유형의 비정규직이 있다. 올해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화의 물꼬를 틀 것이다. 비정규직은 현대차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다.”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이 사회적 화두다. 노조는 그동안 너무나 무관심했다.

“현대차의 발전은 비정규직, 부품회사, 국민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적정한 부품단가 보장 등 재벌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노조가 투쟁할 것이다.”

-4년 만에 다시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 하면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특히 올해는 금속노조 파업 일정에 맞춘 정치파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초부터 주간연속 2교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성차 노조가 힘을 모으자고 결의했다. 6월 말까지 사쪽이 납득할 만한 내용을 내놓지 않으면 7월엔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기로 했다. 지부는 지난 4월 요구안을 보내고 9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쪽은 안조차 내놓지 않았다. 파업을 좋아하는 노조는 없다. 가능하면 대화로 풀고 싶다. 올해 투쟁은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등 사회적 문제가 쟁점이다. 국민들이 노조 투쟁을 격려해 주리라 믿는다. ‘대기업노조 이기주의’라는 꼬리표를 이번에는 떼고 싶다.”

문 지부장과의 인터뷰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이뤄졌다. 노사정 관계자와 시민단체·학계 등 모두 7명에게 문 지부장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서너개씩 요청했다. 여러 분야 관계자들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였다. 질문을 보내준 이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이동응 경총 상무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 △권혁태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

울산/글·사진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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