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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민주노총 내부 자성 “정파 갈등이 노동운동 흔든다”

등록 2012-07-19 20:37수정 2012-07-20 15:28

토론회 열어 문제점 공론화
“위원장 선거 이합집산에 매몰”
“노동현실 외면, 대중과 멀어져”
정파 대립의 폐해 비판 쏟아져
“비정규직 조직화 사활 걸어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내부에서 노동운동을 약화시킨 원인 중 하나가 ‘정파 갈등’이라며 그동안의 활동을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민주노총 산별연맹, 지역의 전·현직 간부와 활동가들은 최근 정파를 초월해 (가칭)노동포럼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토론회 등의 방식으로 노동운동의 문제점을 공론화한다는 계획이다.

노동포럼준비위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노동운동과 정파,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첫 토론회를 열었다. 수면 아래 있던 진보 진영 내부 정파의 폐해가 사회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논란 과정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소속된 ‘경기동부연합’의 부적절한 활동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정파 문제는 진보 정당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민주노총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민주노총 내의 정파는 과도한 대립과 갈등으로 공조직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고 있다”며 “정파가 정치적 이념과 노선을 따르기보다 집권(위원장 선거)을 위한 이합집산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 원장은 “이렇다보니, 조합원들의 입장에선 정파가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것으로 비쳐져 대중과 멀어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에는 전투적 노동운동을 강조하는 좌파적 성향이 가장 강한 ‘현장파’와 대중적 노동운동을 강조하는 ‘국민파’, 둘 사이에 위치한 ‘중앙파’ 등 크게 세 종류의 정파가 있다. 각각의 정파는 여러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없어지거나 갈라지기도 한다.

과거 중앙파 계열의 ‘전진’에서 활동했던 한석호 전태일재단 기획실장은 “정파가 대중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면서 정파가 내세운 후보가 조직의 위원장이 되면, 위원장이 아닌 정파의 수장으로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조직(노조)은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들 정파가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현 원장은 “노동해방, 변혁, 자주민주통일 등 1980년대식 추상적 목표로는 21세기의 현실에서 대중을 설득할 수 없다”며 “이념과 지향점이 낡은 틀에 갇혀 있거나 불분명하다 보니, 장기적 전략의 수립이나 정치적 지도보다 다른 정파를 비난하고 발목을 잡으면서 스스로의 존재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파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건설산업연맹의 경우 정파 갈등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데, 새로운 조합원들이 대거 들어와야 정파 구도를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김소연 전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과 노동자 정치 운동을 관료주의와 출세주의로 타락시킨 이들의 은퇴가 필요하다”며 “혁신을 위해 현장에서부터 단련된 새로운 세력들이 기반이 돼 민주노조 운동의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참관한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파들의 강령과 규약을 보면 큰 틀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데, 친한 사람끼리 모이니까 선거용 정파가 되는 것”이라며 “유통기한이 끝난 정파는 그만 해체하고 민주노총 내에 하나의 정파를 만들어 보자”고 호소했다.

노동운동의 위기를 무조건 정파 탓으로 돌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파 계열인 현장실천연대에서 활동 중인 전병덕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갈등이 있을 때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쪽수’로 밀어부치는 등 조직 내 민주주의가 무너진 것이 더 근본적 문제일 수 있다”며 “정파를 ‘절대악’으로 낙인찍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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