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 허용기준 모호…사용자 남발해도 처벌 드물어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지난해 1월부터 5개월 동안 회사와 밤샘노동 철폐 등을 요구하며 12차례 교섭을 벌였다.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고, 지회는 법에 따라 쟁의행위 절차를 밟아 5월18일 업무를 하지 않고, 전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회사는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는 ‘공격적 직장폐쇄’라며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는 용역경비를 투입시켜 조합원들을 공장 밖으로 내쫓았고,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공장을 돌렸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노조는 업무복귀를 선언했으나 회사는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막았다. 결국 노조는 법원에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8월16일 법원의 중재로 3개월 만에 업무 복귀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회사쪽과 가까운 새 노조가 만들어지고, 파업을 주도했던 민주노조의 힘은 크게 약화됐다.
이처럼 최근 사용자 쪽의 ‘공격적인’ 직장폐쇄와 용역경비 투입으로 노조가 무력화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2010~2011년 발레오전장, 상신브레이크, 케이이씨(KEC) 등 금속노조 주요 사업장의 민주노조가 직장폐쇄를 통해 무너진 데 이어 지난 27일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과 만도의 평택·문막·익산 공장에 직장폐쇄가 이뤄졌다. 두 노조는 전면파업이 아닌 태업(생산량을 줄이는 일), 부분·하루파업 등 소극적 집단행동을 했는데도 직장폐쇄가 단행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의 공격적 직장폐쇄가 금지돼 있지만, 기준이 애매해 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46조에는 ‘사용자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다.
법원은 직장폐쇄가 사용자의 ‘방어적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대법원(2002년)은 “쟁의행위 뒤 직장폐쇄라고 해도 노사의 교섭 경과, 쟁의행위 형태, 사용자 쪽이 받는 압력의 정도 등을 감안해 방어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대법원(2003년)은 또 “노조가 업무 복귀 의사를 명백히 하면 직장폐쇄를 철회해야 한다”며 “직장폐쇄가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시킬 의도에서 이뤄지는 경우 부당노동행위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금속노조 김지희 대변인은 “법이 금지하고 있지만 유성기업 등의 사례를 보듯 공격적 직장폐쇄를 증명받기 위해서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상당히 까다롭다”며 “법이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직장폐쇄 요건에 비조합원 등 쟁의행위 불참자의 조업 행위를 허용하는 부분적 직장폐쇄를 금지하고, 노조가 업무 복귀를 선언하면 직장폐쇄를 할 수 없게 하며, 시설보호 등의 목적으로 용역경비를 사업장에 배치하는 것을 막는 내용으로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이런 내용의 법개정 발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학교지킴이’가 되레 초등생 성추행
■ 재벌 회장님들, 올림픽에 우르르 달려간 이유는
■ 다운로드만 해도 처벌…아동 음란물 집중단속
■ 불황에도…90만원짜리 청소기 45분만에 매진
■ [화보] 세계 최강 주몽의 후예들
■ ‘학교지킴이’가 되레 초등생 성추행
■ 재벌 회장님들, 올림픽에 우르르 달려간 이유는
■ 다운로드만 해도 처벌…아동 음란물 집중단속
■ 불황에도…90만원짜리 청소기 45분만에 매진
■ [화보] 세계 최강 주몽의 후예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